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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서부권 전남지사”…주철현, 동부 소외론 내세우며 선거 격돌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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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서부권 전남지사”…주철현, 동부 소외론 내세우며 선거 격돌 조짐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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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동부와 서부 지역 정치인들의 갈등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오랜 기간 서부권 출신 인사가 전남지사를 맡아온 데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산업 위기와 연계된 ‘동부 소외론’이 재점화되면서 정치권의 대립 구도가 확연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주철현(여수갑) 의원은 전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동부권 소외론을 강하게 표출했다. 주철현 의원은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동부 지역에서는 24년째 서부권 지사라서 동부권이 많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동부권의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이 몹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이런 말들이 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에도 서부권에서 지사가 되면 동부권 주민들의 소외 의식과 피해 의식이 심해질 것”이라며 “서부권 주민들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지역 소외론은 최근 전남도의회에서도 거론됐다. 민주당 김진남(순천5)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동부청사에 전남 균형발전본부 신설을 제안했다. 김진남 의원은 “에너지·수소·탄소중립·항만물류를 전담하는 본부급 부서를 두고, 최소 3국 10과, 150명 이상을 단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추진되는 모든 신규 전략산업 부서와 국가 공모사업은 동부 우선 배치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는 이에 대해 “도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고, 균형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청사 위치와 관계없이 전남 전체를 바라보며 일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동부권 소외론이 지역 내부 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여수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산 저가 공세로, 광양 철강산업은 미국 관세 부과 등 외부적 요인으로 각기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를 곧바로 지역 소외 문제로 귀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목포 시민 김모(55)씨는 “경기가 좋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선거를 앞두고 피해만 강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 이후 전남지사는 줄곧 서부권 인사가 당선됐다. 내년 선거에서는 현직 김영록 지사(무안 출신)의 3선 도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신정훈(나주·화순) 의원 등이 서부권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동부권에서는 주철현 의원이 공식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역 발전의 관점에서 소외론을 제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적 활용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조선대학교 지병근 교수는 “지역 통합을 해치는 요소가 될 경우, 소외론 제기는 신중해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의 갈등 유발보다 건설적 지역 발전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전남 정치권은 동부권 소외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지역 민심 역시 서부-동부 구도를 두고 대립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동부권의 첫 전남지사 배출 여부와 이를 둘러싼 지역 갈등의 향방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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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현#전남지사#동부소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