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90 대역전”…케이티 문, 마지막 비상→세계육상 3연패의 전설
도쿄의 밤, 숨죽인 관중 속 케이티 문의 마지막 도약이 하늘을 갈랐다. 막판 위기에서도 멈추지 않은 투지 끝에 4m90을 뛰어넘은 순간, 결승장은 짙은 환호로 진동했다. 연이은 패배 위기를 극적으로 뒤집은 문이 마침내 장대높이뛰기 세계선수권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2025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케이티 문은 미국 대표 샌디 모리스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벌였다. 모리스가 4m85를 1차 시기 성공하며 먼저 앞서갔고, 문은 1차 시기 실패 뒤 남은 두 번의 기회에 모든 것을 걸었다. 바를 4m90으로 과감히 올린 문은 1·2차 모두 실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으나, 3차 시기 마지막 순간 바를 완벽히 넘어서며 현장을 들썩이게 했다.

이후 샌디 모리스가 역전을 꿈꾸며 4m95에 도전했지만, 세 번 모두 바에 걸리며 무너졌다. 이로써 케이티 문은 2022년 유진, 2023년 부다페스트에 이어 도쿄 대회까지 제패, 세계선수권 여자 장대높이뛰기 삼연패의 대업을 완성했다. 모리스는 세계선수권에서 네 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며 안타까움을 삼켰다.
남자 멀리뛰기에서는 2005년생 마티아 푸를라니가 8m39의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이탈리아 육상사를 새로 썼다. 푸를라니는 이번 우승으로 이탈리아 남자 멀리뛰기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정상을 밟았다. 자메이카의 타제이 게일이 8m34로 2위, 중국의 스위하오가 8m33으로 동메달을 각각 획득했다. 한편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주인공 밀티아디스 텐토글루는 7m83에 머물며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자 3,000m 장애물에서는 케냐 대표 페이스 체로티치가 막판 150m를 남기고 힘을 끌어올려 8분51초59의 환상적 기록으로 대회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전 기록을 1초 넘게 단축한 체로티치는 바레인의 윈프레드 야비를 따돌리고 2025 세계선수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야비는 8분56초46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남자 1,500m 결과도 이변이었다. 포르투갈의 이사크 나데르는 3분34초10으로 제이크 와이트먼과 불과 0.02초 차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포르투갈 역사상 첫 남자 1,500m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도쿄의 국립경기장은 깊은 밤까지 선수들의 눈물과 환희로 물들었다. 수많은 기록과 서사가 새겨진 현장,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케이티 문과 마티아 푸를라니, 페이스 체로티치 등 종목별 챔피언들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