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실패 뒤 3연속 클리어”…우상혁, 부상 견뎌낸 예선 3위→결선 도전
차가운 빗줄기 아래, 고요함 가득한 도쿄 국립경기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2m16 첫 점프에서 실패한 우상혁은 흔들림 없이 미소를 띠며 다시 바 앞에 섰다. 관중의 숨죽인 시선이 몰린 순간, 그는 두 번째 시도부터 매번 가뿐히 바를 넘었고, 비로소 결선 진출이라는 값진 결과를 자신의 손에 거머쥐었다.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우상혁은 2m16을 2차 시기에 통과, 이어 2m21과 2m25까지 모두 첫 시도에 성공하는 기세를 이어갔다. 예선에 나선 35명 중 2m25 이상을 넘은 선수는 13명뿐이었고, 우상혁은 확실한 3위로 결선 무대에 합류했다. 경기 초반 실수의 여운은 이내 침착한 자세와 강한 집중력, 특유의 ‘레츠 고’ 외침으로 바꿔나갔다.

특히 올 시즌 7회 국제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기록 중이던 그는 종아리 근막 손상이라는 예기치 못한 부상 고비를 넘어서야 했다. 독일 대회 직전 내린 휴식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8월 말부터 다시 훈련 강도를 끌어올려 결선을 준비했다. 세계실내선수권 2m31, 아시아선수권 2m29, 로마·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잇단 우승과 2m34까지 뚜렷한 기록을 남겼기에 이번 도전은 더욱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이번 결선 판도는 기존 강자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 장마르코 탬베리, 셸비 매큐언이 잇달아 예선에서 탈락하며 크게 흔들렸다. 이에 세계육상연맹은 우상혁과 뉴질랜드의 해미시 커의 2파전 구도를 전망했다. 올해 네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자신감을 안고, 우상혁은 한국 육상 첫 실외 세계선수권 우승을 정조준한다.
우상혁은 경기 후 “올해 연승을 거듭하며,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믿음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종아리 부상으로 기술 훈련 시간이 짧았지만, 시합을 치르며 감각이 돌아왔다”며 결선에 나서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도쿄의 흐린 밤, 믿음과 실전에서 얻은 감각만을 남긴 우상혁의 도전이 곧 시작된다.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은 16일 오후 8시 36분에 열린다. 긴 훈련의 시간과 묵직한 기다림, 그 끝에 서게 될 챔피언의 표정은 현장에서, 그리고 TV 앞에서 모두 함께 지켜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