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054억 원 흑자 전환”…DL, 자회사별 실적 개선 뚜렷→순손실 부담 여전
짙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업황 속에서, DL이 2024년 1분기 실적으로 실낱같은 회복의 기미를 드러냈다. 5월 9일 DL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 1,054억 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적자에서 벗어난 흐름을 보였다. 매출은 1조 3,86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줄었으나, 전분기와 비교하면 6.9% 증가해 완만한 회복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밝은 신호 속에서도 그림자가 있다. 이자 비용 부담과 지분법 손실이 맞물리며 DL의 이번 분기 당기순손익은 195억 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수익 구조의 복원이 쉽지 않은 경영환경임을 방증했다.

세부적으로 주요 자회사들의 움직임이 실적 변화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DL케미칼은 1분기 영업이익 434억 원을 달성, 전년 동기 828억 원과 비교하면 47.6% 감소했으나, 전분기 167억 원 대비 무려 159.9% 증가하며 기존 부진에서 벗어났다. 폴리부텐 등 스페셜티 제품의 수익성 상승과 폴리에틸렌 라이선스 신규 판매가 이 같은 개선세를 뒷받침했다.
미국 자회사 크레이튼은 영업이익이 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1% 격감했지만, 전분기 777억 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생산 가동률이 상승하고 제품 스프레드가 회복된 결과로 보인다.
의료용 이소프렌 라텍스 중심의 카리플렉스는 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70억 원 대비 30%, 전분기 65억 원 대비 40% 신장했다. 영업이익률은 16.9%에 달했다. 특히 싱가포르 신공장 제품이 2분기부터 승인될 경우, 글로벌 수요 확대에 힘입어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화학 계열사인 DL에너지는 계절적 효과 덕분에 전분기보다 116.3% 증가한 35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전년보다 8.4% 줄어 아쉬움을 남겼다. 호텔 자회사 글래드는 외국인 관광객과 기업 수요에 힘입어 영업이익 63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어난 실적을 냈다.
DL 관계자는 "업황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원가 절감, 운영효율 개선 및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전환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DL의 1분기 실적은 부진을 딛고 주요 사업군에서 실효성 있는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카리플렉스의 신공장 효과, 스페셜티 부문 확대, 에너지 및 호텔 사업에서의 성장 모멘텀이 실질적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위태롭고도 새로운 전환점에 선 기업의 한 분기는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조심스러운 기대와 관망을 동시에 남긴다. 본격적인 회복세가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금 위축의 그림자가 드리울지, 다음 분기 DL 실적 발표와 연결 산업 지표에 촉각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