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먼저 요청하는 기술이전”…우주청, 항우연 민간 협력 새 모델 제시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기존 공급자 중심이던 우주항공 기술이전 방식을 수요자, 즉 민간기업 중심 모델로 개편하고 나섰다. 앞으로는 항우연이 자체 선정한 기술이 아닌, 기업이 자발적으로 요구하는 기술을 확인해 우선적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민간의 주도성이 확대된다. 업계에선 이번 정책 전환이 ‘우주항공 민관 협력 확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기존까지 항우연은 우주위성 등 국책 연구개발(R&D)로 확보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선별해 기술이전 대상 기업에 제안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실제 필요 기술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기술 수요와 공급 간 간극이 지적돼 왔다. 이에 우주청은 2024년 초부터 직접 기업 대상으로 기술 수요 조사를 진행했고, 항우연은 이 요청을 바탕으로 내부 보유 기술 매칭 과정을 추진해왔다.

특히 9월에는 우주청과 항우연,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3자 간 기술 상담회를 열어, 각 기업은 사업화에 꼭 필요한 기술을 정확히 식별하고 실질적 이전으로 이어지게 할 구체 방안을 논의했다. 두타기술, 매이드, 아이오테크아이,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 컨텍 등 실무 기업들은 “기업이 기술 수요를 제시하고 이전 참여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이번 모델의 핵심은 ▲기업 발굴·수요 중심 기술이전 요청 ▲항우연의 적합 기술 확인 ▲기술 상담-매칭-이전 프로세스 내 민간 참여 확대다. 기술이전협의체(협의회)는 해당 과정을 관장, 지속적 수요 발굴과 상시 소통 채널을 마련해 갈 방침이다.
이날 교류회에선 한양이엔지, 텔레픽스 등 38개 기업과 항우연 연구원, 주요 투자 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전문 강연, 우수사례 공유는 물론 유망 사업화 기술 발표 등을 진행했다. 사전 신청 기업들은 항우연 연구자·투자자와 1:1 상담을 통해 실제 R&D, 시제품, 사업화·투자까지 연계되는 ‘원스톱 산업화 지원’의 기반을 다졌다. 이는 그간 공공 R&D-민간 사업화 간 미스매치 완화와 국가 우주항공 생태계 활성화, 혁신 스타트업 역량 강화를 위한 새 동력으로 해석된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NASA, ESA(유럽우주국) 등도 민간 주도 R&D와 시장 대응형 기술이전 정책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기술이전과 민간 사업화 연결 고리가 산업 혁신의 중대 변수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기술이전·사업화 후속지원, 규제 해소, 투자 연계 등 모든 단계를 일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우주기술은 전략물자 지정, 안전 인증 등 다층 규제 아래에 있어, 관련 제도 및 협의체 운영의 지속적 개선도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우주항공 민간 산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기술 수요자-공급자의 열린 협력, 현장 요구에 맞춘 제도 안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는다. 김진희 우주청 인공위성부문장은 “기업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우주항공 기술 접근성과 사업화 연계를 높여 산업화 지원 체계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기업 중심 기술이전’ 도입 효과와 이에 따른 우주항공 혁신기업 육성의 실효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