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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휴전 선언에 뉴욕증시 급반등”…트럼프 발표, 반도체·금융주 강세→글로벌 외환시장 변수 주목
국제

“이스라엘-이란 휴전 선언에 뉴욕증시 급반등”…트럼프 발표, 반도체·금융주 강세→글로벌 외환시장 변수 주목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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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 속 새벽 빛이 깊어져 가던 월가에, 뜻밖의 평화 소식이 찾아들었다. 6월 24일, 뉴욕증시는 한 줄기 희망처럼 전해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발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상승의 물결을 맞이했다. 투자자들의 심장박동은 전쟁 소식 앞에서 잔뜩 움츠러들었으나, 불안했던 지정학적 구름이 걷히자 시장에는 편안한 안정감과 위험 감수의 용기가 깃들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507.24포인트(1.19%)나 상승하며 43,089.02로 장을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 역시 6,092.18로(1.11% 상승), 나스닥종합지수는 19,912.53(1.43% 상승)까지 치솟았다. 불안을 잠재운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양국의 휴전 합의였다. 새벽 어스름, 트럼프의 발표와 이스라엘 측의 확인은 아슬아슬하던 중동의 경제·군사적 긴장을 일제히 누르며 시장의 선호를 바꾸어주었다.

뉴욕증시 3대 지수 1%대 상승…이스라엘-이란 휴전에 강세 마감
뉴욕증시 3대 지수 1%대 상승…이스라엘-이란 휴전에 강세 마감

물론, 순간적으로 남았던 미사일 발사 징후와 맞물려 불안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지도부의 강력한 휴전 이행 촉구가 양국의 무력 대응 중단으로 이끌어내며 휴전 상태가 굳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는 국제유가 변동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우려가 사라지자 국제유가는 6% 이상 급락했고 이는 곧 에너지 시장에도 차가운 바람을 불러왔다. 엑손모빌은 3%, 셰브런은 2.25% 떨어지며 에너지 섹터 전반이 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이끄는 첨단 기술 업종에서는 온기가 돌았다. 브로드컴이 HSBC의 투자 의견 상향 조정에 힘입어 4%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77% 상승하며 모든 구성종목이 오름세를 보였다. 엔비디아, TSMC, ASML, AMD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2%에서 7%에 달하는 강세를 기록했고, 오라클, 비자, 마스터카드 등 대형 IT·금융주 역시 푸른 불빛으로 상한가를 장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JP모건, 나스닥 등은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도 17.48까지 내리며 투자심상의 불안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통화정책 보고에서 금리정책에 대해 신중한 유보적 태도를 밝혔다. "여러 경로가 열려 있다"는 말과 함께 미국 경제와 고용시장의 안정성을 언급했음에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7월 금리 동결 확률은 81.4%로 높아졌다. 연준 일부 위원의 매파적(통화긴축)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제 시선의 방향을 다시 물가와 연준 정책, 지정학 위기 재발 가능성에 맞추고 있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솔리타 마르첼리 미주 CIO와 파이퍼샌들러의 크레이그 존슨 수석 시장 분석가는 휴전이 일시적 안도감을 제공하지만, 이 같은 지형 변화가 궁극적으로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행 경제 기류가 촉촉하게 가라앉는 가운데, 각국 투자자와 정책 당국은 달라진 외환시장과 자본 흐름, 그리고 보내온 평화가 주는 짧은 숨고르기를 주목하고 있다. 지정학적 평온이 세계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일렁이게 할지, 긴장의 외줄 위에서 시장의 다음 리듬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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