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매장도 지켜본다”…코스트코, 비일상 행동 인식 확산
리테일테크 업계에서 AI 기반 매장 관리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제품 포장을 임의로 개봉하거나 훼손하는 비일상 행동을 포착해 경고하는 솔루션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특히 캐나다 코스트코 매장에서 한 고객이 과자를 뜯어 먹고 그대로 두고 떠났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글로벌 유통 업계는 영상분석과 센서 기술을 결합한 ‘무인 매장 감시’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런 기술이 고객 프라이버시 논쟁과 맞물려 리테일 AI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리테일 기업들은 매장 내 CCTV를 단순 보안 용도를 넘어 데이터 수집과 행동 분석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AI 영상분석 기술은 카메라 영상에서 사람의 동선과 손동작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선반 앞 장시간 체류, 반복적인 집었다 내려놓기, 포장 훼손 등 비정상 패턴을 자동 감지한다.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를 보지 않아도 “포장이 열린 상품이 선반에 다시 진열됐다”와 같은 이벤트를 탐지해 직원 단말기에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논란과 같은 ‘무단 시식 후 방치’ 유형은 기존 출입게이트 기반 손실 방지 시스템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렵다. 출구에서 바코드 결제 여부만 확인할 경우, 개봉된 제품이 다시 선반에 놓이면 그대로 재판매 가능한 물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AI 영상분석은 상품 위치, 고객 손동작, 포장 상태 변화를 연속 프레임으로 분석해, 개봉 시점과 개봉 주체를 특정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국내외 영상분석 솔루션 기업들은 동작 인식 모델과 객체 분류 모델을 결합해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선반 영역을 사전 지정한 뒤, 해당 영역에서 ‘정상 포장 이미지’와 ‘개봉·훼손 이미지’를 수만 장 단위로 학습시키면, 알고리즘은 새로운 영상에서 포장 파손 여부를 수초 내로 판정할 수 있다. 일부 업체는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를 활용해 봉투 부피 변화까지 감지해, 단순 색상 변화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보다 인식 정확도를 두 배 수준으로 높였다고 설명한다.
영상 기반 접근과 함께 선반·제품 단에 부착하는 센서형 솔루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RFID 태그나 무게 센서를 활용하면 특정 상품이 집혔다가 다시 올려졌을 때 중량 변화를 측정해, 내용물 일부가 줄어든 패턴을 감지할 수 있다. 아마존식 무인 매장 모델에서는 천장 카메라와 선반 센서를 결합한 방식으로 장바구니에 실제로 들어간 상품과 선반에 남은 상품을 자동 정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봉만 하고 버려진 상품’도 별도 이벤트로 분류하는 기능이 도입되는 추세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이런 기술은 손실 방지와 함께 브랜드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최근처럼 특정 민족이나 국가를 지목해 무단 시식 논란이 번지는 경우, 매장 측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신속히 파악하고 조치를 설명할 수 있어, 불필요한 혐오 논쟁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AI 시스템이 시간대, 위치, 행동 패턴을 근거로 객관적인 로그를 제공하면, 이용자 간 분쟁 해결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리테일 AI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 대형 유통사는 출입·결제 단계에 집중해온 기존 손실 방지 솔루션에서 벗어나, 매장 전 구역을 커버하는 행동 인식형 시스템을 확대 도입 중이다. 유럽 리테일 업체들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야간 시간대 최소 인원 운영을 추진하면서, AI 모니터링과 로봇 점검 시스템을 결합한 무인 관리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체인 또한 계산대 자동화와 스마트 카트를 넘어, 선반 단위 영상분석 파일럿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촬영 데이터가 고객의 얼굴과 동선을 상세히 포함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유럽에서는 AI가 특정 인종이나 복장 특성을 편향적으로 위험 행동과 연관시키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EU AI 법제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상용 서비스 도입 전, 어떤 데이터가 저장되고 얼마나 오래 보관되는지, 직원이 임의로 열람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리테일 AI가 매장 내 무질서 행위를 줄여줄 수 있지만, 이용자 감시 논란을 키우지 않도록 기술과 제도의 동시 설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 유통 IT 컨설턴트는 “AI가 손실 방지 도구를 넘어, 고객과 직원 모두를 보호하는 공정한 기록 장치로 기능하려면, 모델 편향 검증과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비일상 행동을 잡아내는 기술이 실제 매장에 어떻게 안착할지, 그리고 감시와 신뢰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