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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대법관 증원 논의에 경고음”‥사법개혁 갈림길→하급심 강화 주문
정치

“김선수, 대법관 증원 논의에 경고음”‥사법개혁 갈림길→하급심 강화 주문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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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적셔온 사법의 물길에 굵은 파문이 번지고 있다. 김선수 전 대법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센 논의가 이뤄지는 대법관 증원안에 견고한 우려와 날카로운 제언을 던졌다. 그는 법원의 근본 개혁방향으로서 하급심 강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급격한 인적 증원이 가져올 법적 혼란과 정책적 약화의 가능성을 짚었다.

 

김선수 전 대법관은 6월 12일 법률신문 기고문을 통해, 사법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대두된 대법관 증원에 대해 “하급심 강화와 어긋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여러 번 반복된 증원 논의 속에서 최고법원의 권위 약화, 반복되는 인사청문회, 임명 지연으로 인한 재판 공백 등 현실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꼽았다. 그는 “법관의 시간이 사건의 설득력과 직결된다”며, “하급심, 특히 1심 판사 증원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선수, 대법관 증원 논의에 경고음”‥사법개혁 갈림길→하급심 강화 주문
“김선수, 대법관 증원 논의에 경고음”‥사법개혁 갈림길→하급심 강화 주문

정책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는 대법관 증원의 규모와 소부의 운영 형태는 물론, 법령해석의 통일과 권리구제라는 대법원의 핵심 역할조차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증원을 추진하더라도 4명 늘려 소부 1개를 추가하는 정도가 현실적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되면 전문부로의 전환 부담 없이 전원합의체 운영도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법관 임용의 다양성을 위해 비법조인 출신 확대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김선수 전 대법관은 근본적 회의를 표시했다. 일본·독일 등 외국 사례와의 차이점을 들어 “우리 법체계에서는 대법관 자격을 법관 경험에 두는 것이 타당하다”며, 소부의 구성원 1명을 판·검사 출신이 아닌 법조인으로 할당하거나, 법원조직법의 원칙 규정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에 무게를 실었다.

 

더불어,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헌법재판소법 개정과 재판소원 제도 논쟁에도 명확하게 반기를 들었다. 단순히 헌재법만 개정해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짙고, 모든 헌법재판관 임명에 더욱 엄격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재판소원을 둘러싼 ‘사실상 4심제 도입’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약자들에게는 새로운 불이익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며 국민적 우려를 표명했다.

 

개혁 동력과 실현 방안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은 과제별로 단기·중장기 구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법원개혁특위를 구성해 6개월 내 입법을 우선 처리하되, 장기 과제는 충분한 초안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1995년 사법시험 수석 합격 이후 인권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 노무현 전 대통령 사법개혁 실무 책임, 그리고 대법관에 이르는 김선수의 궤적은 곧 한국 사법개혁 논의의 맥을 이루어왔다. 그의 이번 공개 비판과 제언은 정치권 뿐 아니라 재판 당사자, 국민 모두에게 사법개혁 논의의 갈림길을 새기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김 전 대법관의 분석과 우려를 바탕으로 제도의 축을 다시 세울지, 향후 입법과 공론장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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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대법관증원#사법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