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원유 협상 훈풍에 국제유가 급등”…러 제재 압박이 시장 흔들어
국제유가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에너지 협상 훈풍,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압박 강화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 7월 2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장 대비 1.55달러 오른 배럴당 66.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38% 상승한 수치로, 러시아에 대한 관세 유예 단축과 미국산 원유의 대유럽 수출 확대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런던 ICE거래소에서 브렌트유도 1.60달러 오른 배럴당 70.04달러를 기록하며 10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방문 기간 러시아에 대한 휴전 협상 기간을 기존 50일에서 10~12일로 대폭 단축하는 추가 압박 조치를 공식화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50일 안에 휴전에 응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EU의 대규모 에너지 무역 협상 완료 소식도 투자 심리에 불을 지폈다. 미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EU에 7,500억달러 규모의 원유 및 에너지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전통 글로벌 산유국 중심의 수급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및 석유화학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 불안이 심화될 수 있으나, 미국 원유의 유럽 수출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가격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입 원가 상승이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또한 민감하게 반응했다. 같은 날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64.36포인트 하락했지만, S&P 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1.13포인트, 70.27포인트 상승하며 연속 신고가를 경신했다. 에너지·자원주 중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최근 급등한 국제유가의 파장이 국내 실물경제에 얼마나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외 공급망 재편 속에서 에너지 안전보장과 원가 안정화 전략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외교 변수에 따른 공급 불안이 지속될 경우 원유 뿐 아니라 연쇄적인 소재·부품 업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해외시장분석팀 관계자는 “향후 미국과 러시아, EU 등 주요국의 정치적 선언에 따라 유가가 또다시 출렁일 수 있다”며 “단기 급등세가 수입 제조업 현장에도 연쇄 영향을 줄 수 있어, 가격 변동성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책과 시장의 속도 차를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