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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배신 논란, 왜 반복되나”…송미령 유임 두고 민주당 내분 격화
정치

“농민 배신 논란, 왜 반복되나”…송미령 유임 두고 민주당 내분 격화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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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와 농민단체 간 갈등이 이재명 정부의 내각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격화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결정이 더불어민주당 내 농해수위와 농민사회에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당내 내홍과 정책 신뢰도 위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행정부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송미령 장관 유임을 공식 의결했다. 송 장관은 전임 정부에서 민주당의 농정 4법에 대해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해온 인물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까지 조언했던 전력이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연합뉴스

당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즉각 유임 결정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한 의원은 “과거 우리 정책에 반대했던 사람을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 역시 대통령실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면서 투쟁 강화 방침까지 내세웠다.

 

이와 함께 송미령 장관의 과거 논란들도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인사청문회 당시 복사·붙여넣기 답변 논란, 논문 자기표절 의혹, 남편 작성 추천서 채용, 아들 증여세 미납 등 개인 신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계엄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엄에 동의한 적 없다”는 본인 해명과 별개로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 관계자들은 연일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진정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반대 목소리까지 직접 듣고 갈등 조정을 주도할 것”이라며 송 장관에게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우상호 정무수석 역시 국회를 찾아 농해수위 소속 현역 의원들을 면담하며 의견 전달에 분주했다. 그러나 한 농해수위 소속 의원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수습을 주문한다는 것은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권 모두 송 장관 유임 결정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송 장관을 유임시키면 문재인 정부 초 대의적 농정 노선까지 부정하고 농민을 등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 전남도당은 농정 개혁 포기 선언에 다름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도 “국민 시각에선 매우 비겁한 태도”라면서 본인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송 장관이 전임 정권 농정 기조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납득 가능한 해명과 정책 비전을 내놓지 못한다면 유임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미령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농해수위 전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장관 본인이 지난 정권 당시 상처 준 농민들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구체적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능력과 실용을 내세운 인사 결정이 실질 정무적 부담과 상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농업 현장의 민심이 흔들릴 경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정동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정부는 다음 회기에서 농정 현안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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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이재명정부#농림축산식품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