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골담길 따라 파도 소리”…묵호항구의 감성 걷기와 맛의 하루
묵호를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한때는 숨은 항구로만 기억됐지만, 이제는 바다·미식·골목 감성이 만나는 일상 여행지가 됐다. 작고 낡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과 바람, 그리고 작지만 특별한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요즘은 묵호 논골담길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다. 벽마다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과 골목을 힘차게 감도는 바닷바람, 오르막 끝 풍경까지. 그 골목길 위에선 “여기서만 볼 수 있다”는 묵호의 고유한 정서가 느껴진다. SNS에는 등대 아래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여행자들의 기록이 쌓여간다.

이런 변화는 지역의 새로운 명소가 더해지며 더욱 뚜렷해졌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엔 하늘을 걷는 듯한 스카이워크 체험이 가능하고,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대 앞 공원도 여행의 만족을 더해준다. 해 질 무렵, 수변공원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싱싱한 해산물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해변 근처 카페에 앉아 조개빵이나 크림라떼를 즐기는 풍경도 묵호만의 묘미다.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묵호는 여름이면 하루 평균 30도에 달하는 더위를 품지만, 밤이면 파도 소리와 함께 잠시 쉬어갈 만한 고요를 선사한다. 통계청 역시 바다와 항구, 골목 감성이 결합된 로컬 여행지가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트렌드 전문가 최지현 씨는 “묵호처럼 옛 항구의 풍경과 주민의 삶, 현대적인 관광 콘텐츠가 어우러진 곳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체험과 진짜 쉼’을 찾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익숙한 여행 공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각과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 나선다는 것.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고등어구이 냄새와 벽화 골목의 조화가 잊히지 않는다”, “파도 소리 들으며 먹었던 조개빵, 계속 기억난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짧은 여행이어도 “묵호만의 배려와 느린 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후기 역시 많다.
여행이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바다를 따라 걷거나, 골목의 분위기를 느끼고, 그저 커피 한 잔에 쉬어가도 그날이 마음에 남는다. 묵호는 ‘특별한 일상’을 발견하는 데 최적의 항구도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