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읽어보시라”…문형배, 이재명 ‘선출권력 우위’ 발언 정면 비판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을 둘러싼 충돌이 다시 정치권과 법조계를 흔들고 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커진 논란에 “헌법을 읽어보시라”고 맞섰다. 실제 발언의 근거와 사법개혁의 방향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선명히 엇갈리며 정국의 갈등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문형배 전 대행은 17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에 우위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헌법을 한 번 읽어보시라. 이게 제 대답”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이어 “우리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한다”며 “헌법 몇 조에 근거해 주장을 펼치면 논의가 훨씬 생산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안이 예민해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헌법 근거를 논의의 출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으로 읽힌다.

사법부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질문에서는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에 따라 만든 기관”이라며 “사법부 판결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할 수 있지만, 그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만큼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 판결이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할 경우 제도 개선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법원은 충분한 설명 의무를 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2차적으로 권한을 나눠받은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서열은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내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학계에서는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권력 간 견제 균형을 훼손한다며 야권과 법조계에서 강한 비판론이 제기됐다. 반면 대통령실은 헌법 구조 내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언급한 취지라며, 권력관계 체계의 재조명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법학자들 역시 헌법 유권해석에 가깝게 접근해야 하며, 권력구조 논쟁이 정쟁화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문형배 전 대행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법원에 있을 때 사법개혁을 줄곧 외쳤다”며, 과거 사법개혁기구 논의 때마다 법원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법개혁은 이해관계가 복합적이므로 근본적 이익을 보장하면서도 일부 비본질적 부분에서는 타협이 불가피하다. 일도양단식 결론은 곤란하다”고도 했다.
문형배 전 대행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로,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6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재임했으며, 임기 막판에는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이끈 바 있다.
국회와 정치권은 이날도 선출·임명 권력 논쟁과 맞물려 사법개혁 방향을 두고 강하게 맞부딪쳤다. 여야 및 법조계의 정면 충돌이 지속된 가운데, 정치권은 향후 헌법 해석과 사법개혁 주체의 참여 범위를 둘러싼 추가 논쟁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