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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충돌은 정치 행위”…나경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0일 1심 선고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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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충돌을 둘러싼 여야의 기억과 법원의 판단이 맞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둘러싸고 국회가 극한 대립에 빠졌던 2019년 4월 사건에 대해, 6년 7개월여 만에 1심 선고가 내려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장판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27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이들은 이른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핵심 피고인들이다.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은 2019년 4월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신속처리안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강경 대응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이던 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가둔 채 회의장 출석을 막고, 국회 의안과 사무실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로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의 물리적 저지 행위가 국회선진화법 취지를 훼손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나경원 의원에게 징역 2년,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두 사람 모두 형량 상 실형 구형 대상에 올라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현직 지도부 인사들도 줄줄이 법정에 섰다. 검찰은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이만희 의원과 김정재 의원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윤한홍 의원에게는 징역 6개월과 벌금 300만원, 이철규 의원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9월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범행의 조직성과 회의 진행을 실력으로 저지한 점을 거듭 지적했다. 당시 검찰은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구형대로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의사 진행을 보호하기 위한 국회선진화법 정신이 무력화됐다는 논리다.

 

이에 맞서 피고인 측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의사진행에 대한 정당한 항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의원들을 이끌었던 나경원 의원은 결심공판 피고인 신문에서 패스트트랙 저지 행동이 국회선진화법이 금지하는 폭력 행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충돌이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정치 행위였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여당과 일부 야당은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정치개혁·사법개혁 법안을 밀어붙이려 했고,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은 물리력까지 동원하며 저지에 나섰다. 국회 본청 복도와 회의장이 연일 몸싸움과 고성으로 얼룩지면서 정치권은 장기 격돌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이번 1심 선고는 국회선진화법 적용과 의회 내 물리력 행사의 기준을 가르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검찰 구형에 가까운 실형을 선고할 경우, 국회 의사진행 방해에 대한 형사 책임 인정 범위가 확대됐다는 평가가 뒤따를 수 있다. 반대로 무죄나 벌금형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내려질 경우, 정치적 투쟁과 형사 처벌의 경계선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피고인 다수가 국민의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인 만큼, 선고 결과는 향후 당내 리더십과 공천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당과 야당은 과거 패스트트랙 충돌 책임을 놓고도 공방을 반복해온 만큼, 1심 판결 직후 정치권 공방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는 패스트트랙 충돌의 법적 책임을 둘러싸고 또 한 번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정치권은 1심 선고 결과를 발판으로 책임 공방과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국회선진화법 실효성 논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국회는 향후 의사진행 방해 행위에 대한 징계와 형사 절차를 제도적으로 보완할지를 두고 추가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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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황교안#패스트트랙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