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의원·권리당원 1대1로”…정청래, 당원 권한 강화 드라이브에 연임 논란 확산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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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재점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원 권한 강화를 명분으로 당헌·당규 개정에 속도를 내면서, 연임 포석 논란과 지역 대표성 논쟁이 동시에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1월 19일 권리당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전 당원 투표에 착수했다. 투표는 20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당 지도부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개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투표 안건은 모두 세 가지다. 핵심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정한 현행 규정을 삭제해, 대의원 표에 부여해온 가중치를 없애고 권리당원 표와 동등한 1대 1 구조로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 기초·광역 비례대표 후보를 권리당원 100퍼센트 투표로 선출하는 방안, 경선 후보자가 4명 이상일 경우 권리당원 100퍼센트 투표로 예비 경선을 치르는 방안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이번 투표 자격을 10월 당비를 납부한 당원으로 한정했다. 약 165만 명이 참여 대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적으로 민주당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 왔다. 예를 들어 내년 6월 지방선거 관련 당내 경선에서 투표하려면 올해 8월 말까지 입당하고 내년 2월 말까지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이 기준 변경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정청래 대표가 본인이 승리했던 8월 2일 전당대회 이후 유입된 당원들을 적극적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전당대회 이후 가입한 권리당원 비중이 높을수록, 기존 조직 기반보다는 강한 지지층 결집에 강점을 가진 정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해석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김어준 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당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동등하게 해 당권 주권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는 오랜 약속이 있었고, 그런 방향이 시대 정신"이라며 "전 당원 투표 형식을 통해 의결 절차 전에 당원들의 의견을 조사하고 홍보도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의결이 아니라 여론 조사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내 우려도 뚜렷하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에게 똑같이 1표를 주는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역과 세대, 이념 분포 차이를 보정하지 못할 경우 특정 지역과 강경 지지층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원 수가 압도적인 호남이 과대 대표되고, 상대적으로 당원 규모가 적은 영남과 수도권 험지 지역이 더 소외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영남 험지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인 1표제의 방향은 맞는다"면서도 "영남 등 지역 편차를 어떻게 보정할 것인지 대안을 마련해두지 않은 상태로 밀어붙이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당의 제도 개편이 특정 지역 기반과 강경 성향 지지층의 힘을 더 키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정청래 대표가 거센 이견에도 불구하고 당헌·당규 개정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를 두고, 차기 전당대회 연임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정 대표는 8월 2일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에서는 약 47퍼센트를 얻어 53퍼센트를 기록한 박찬대 후보에게 뒤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최종 승리를 거뒀다. 대의원 중심 조직표에 약하고, 권리당원 기반 동원력에 강점을 가진 구조를 제도적으로 고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도부가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정 대표가 연임 의도를 갖고 당헌·당규를 개정한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당권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는 비판이다.

 

시점 선택을 두고도 잡음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굳이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 착수해 당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인사는 "당원 투표를 하더라도 굳이 대통령이 외국 순방에 나갔을 때 해서 또 논란을 만드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원외 인사는 "보궐선거로 당 대표가 된 정 대표가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 대표가 되기 위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면서 "정 대표가 또 이 대통령이 집을 비운 사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 결과를 토대로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논의를 거쳐 당헌·당규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당무위와 중앙위 심의 과정에서 찬반이 정면 충돌하며 본격적인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은 이번 제도 개편이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전당대회 구도에 직결되는 만큼, 여권의 견제와 야권 내부의 추가 분열 가능성까지 주시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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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당헌당규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