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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로 단백질까지 분해한다”…앱티스·캅스바이오, 차세대 DAC 신약 동맹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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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분해를 이용한 차세대 항암제 기술이 항체 기반 전달 플랫폼과 손잡고 새로운 조합을 모색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가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표적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분해약물접합체로의 전환 시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 고도화 경쟁을 가속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오 기업 앱티스는 27일 캅스바이오와 차세대 항체 분해약물접합체 신약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항체 전달체와 단백질 분해 약물을 결합한 DAC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형암 및 혈액암을 겨냥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앱티스는 3세대 위치 선택적 링커 접합 플랫폼 AbClick 기술을 보유한 항체약물접합체 전문 기업이다. AbClick은 항체의 특정 위치에만 약물을 정밀하게 연결하는 기술로, 약물이 몇 개 붙는지와 어디에 붙는지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ADC 기술보다 약물 부착 수와 위치가 균일해 독성 관리와 생산 공정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캅스바이오는 공유 결합 저해제와 분자접착 분해제 등 차세대 저분자 항암제에 특화된 바이오 벤처다. 자체 화학단백체학 플랫폼 RaPIDome을 구축해, 세포 내 단백질과 화합물 간 결합 양상을 전사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표적 단백질과 분해 기전을 설계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화학단백체학은 단백질 집단을 통째로 분석해 약물이 실제로 어떤 단백질에 결합하는지 확인하는 기술로, 탈표적 독성을 줄이고 새로운 타깃을 찾는 데 활용된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앱티스의 링커·접합 플랫폼과 캅스바이오의 분해 약물 설계 기술을 결합해, 항체 기반 전달체에 단백질 분해용 페이로드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DAC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고형암과 혈액암에서 기존 항암제에 반응이 낮거나 내성이 형성된 환자를 우선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기술 조합은 기존 세포사멸형 ADC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주목된다. 세포독성 약물을 싣는 ADC는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효과가 크지만, 정상 세포 손상과 내성 문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반면 DAC는 암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특정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세포 기능을 붕괴시키는 접근이다. 동일 표적에 대해 단순 억제가 아니라 완전 제거를 노릴 수 있어, 낮은 용량으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내성 발생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항체와 분자접착 분해제를 결합한 접근이 차세대 ADC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제약사는 PROTAC 등 분자접착체 기반 단백질 분해 기술을 항체와 결합하는 초기 연구를 진행 중이며, 세포독성 중심 ADC 파이프라인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임상에 진입한 DAC 후보는 제한적이어서, 상용화까지의 실질적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로 보인다.

 

앱티스는 이미 글로벌 ADC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내세운다. 회사 측은 3세대 위치 선택적 링커 접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외 제약사와 기술이전 및 공동 개발을 진행해 온 경험을 DAC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항체 설계, 링커 최적화, 생산 공정 확립 등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분해약물에도 그대로 응용해 개발 기간 단축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캅스바이오는 분자접착 분해제와 공유 결합 저해제 개발 경험을 DAC 설계에 접목한다. RaPIDome 플랫폼으로 도출한 신규 타깃과 분해 기전을 기반으로, 항체에 탑재하기 적합한 분해용 페이로드를 선별하고 최적화하게 된다. 특히 표적 단백질 주변 환경과 세포 내 위치를 고려해, 항체가 유도한 세포 내 유입 경로와 잘 맞는 분해메커니즘을 설계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아직 DAC가 제도권 임상에 본격 진입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규제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항체약물접합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해외 규제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긴 하지만, 단백질 분해 기전을 갖는 페이로드를 쓸 경우 독성 평가, 면역원성, 오프타깃 효과 등에 대한 추가 자료 요구 가능성이 크다. 임상 설계 단계에서 기존 항암제 대비 어떤 환자군에서 우월성을 입증할 것인지도 허가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태동 앱티스 대표이사는 글로벌 ADC 시장에서 검증받은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 DAC 파이프라인 구축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환근 캅스바이오 대표이사는 3세대 위치 선택적 링커 플랫폼을 보유한 앱티스를 최적 파트너로 평가하며, 난치성 암 환자에게 퍼스트인클래스 신약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항체 기반 전달체와 단백질 분해 기술의 결합이 성공할 경우, 난치성 암 치료 옵션을 넓히는 동시에 국내 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 차별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DAC 공동 개발이 실제 임상 성과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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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티스#캅스바이오#dac신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