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형, 옥중의 진실 고백”…장미 비디오 사건 27년→기억의 문이 열리는 순간
평화롭던 오후, 여섯 살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젊은 엄마의 미소는 1998년 대구 대명동 비디오 가게 안에 영영 멈춰 버렸다. 그날의 비극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로 시작돼, 동네 곳곳에 놀라움과 두려움의 파문을 남겼고, 오랜 세월 동안 진실을 찾으려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차갑게 굳은 사건 기록과 세 명의 목격자가 기억하는 퍼즐 조각들을 다시 맞춰 간다.
흉기에 13차례나 찔려 쓰러진 비디오 가게 여주인은 범인의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사건 직후, 엄마를 잃은 막내아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강도가 우리 엄마 찔렀어”라며 이웃을 찾아 달려갔다. 인근에서도 연이어 발생한 살인사건들로 동네는 순식간에 공포와 혼란에 잠겼지만, 범인을 가리킬 중요한 증거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혈흔, 지문, 흉기마저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건 오로지 여섯 살 소년의 흐릿한 기억 속 20대 남성의 모습뿐이었다.

수사 하루하루가 긴박하게 흘러간 끝에, 경찰은 사건 발생 3일 만에 군 복무 중 탈영하고 대구를 배회하던 이민형을 범인으로 특정했다. 이웃 주민과 다방 종업원의 증언, 그리고 이어지는 추가 범죄가 결정적 실마리가 됐다. 카메라 앞에서 이민형은 “누군가 알 거예요. 누군가는 알 거라고요”라는 말을 남기며 모든 범행을 자백했고, 12시간에 걸친 조사 끝에 사건은 끝나는 듯 보였다.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뒤, 이민형은 27년의 세월을 무기수로 보냈다.
그러나 시간의 벽을 뚫고 그의 목소리가 다시 세상 밖으로 다가왔다. 이민형은 옥중에서 27년 전 자백을 번복하며, 여주인 살해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석방 심사를 앞둔 묵직한 국면에서 그의 진술은 또 다른 의문을 안겼다. 무거운 침묵 끝에 자신을 덮은 억울함과 함께 “진실을 밝히고 누명을 벗고 싶다”던 그는, 재심을 고민하는 목소리로 날을 세웠다. 오래전 수사관들이 회상하는 ‘기적 같은 자백’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아니면 오랜 오해 속 끝내 밝혀지지 않은 그날의 그림자일지, 세간의 이목은 다시 한번 장미 비디오 사건에 쏠렸다.
진실을 거스른 시간 속에서, 사건을 둘러싼 세 명의 목격자는 당시 기억 속 범인의 인상에 대해 또렷한 기억을 내놓는다. 이민형의 윤곽과 일치하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진실의 문이 열릴지, 증거 대신 기억으로만 이어진 이 사건에서 정의의 저울은 27년 전 그날로 다시 되돌아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장미 비디오 사건을 둘러싼 남은 의혹, 이민형의 옥중 육성, 그리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따라 신중하게 진실의 단서를 좇는다.
장미 비디오 사건의 결정적 퍼즐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이민형의 목소리와 함께 사건의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는 7월 19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