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우측 대장암, 면역회피 유전자 급증”…분자 차이 첫 규명
우측 대장암에서 여성 환자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분자생물학적 차원에서 규명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대장암의 성별·발생 위치에 따른 유전자 활성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오른쪽 대장(상행결장 등) 암 환자에서 면역을 회피하는 유전자 경로가 현저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정밀의료 기반 맞춤 치료 도약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연구진은 병원 등록 환자 378명의 대장 조직 샘플을 성별 및 발생 부위별로 분류해 유전체 수준에서 비교 관찰했다. 특히 여성 우측 대장암 환자 집단에서 ‘NRF2’(산화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와 ‘PD-L1’(면역관문 단백질) 발현이 크게 증가된 사실을 확인했다. NRF2는 세포 손상 환경에서 생존을 돕고, PD-L1은 면역세포 공격을 억제해 암세포가 몸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기존 좌측 대장암이나 남성 대장암에서는 이 같은 면역회피 경로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대장암 분류가 단순 위치나 병기로 이뤄지던 한계를 분자생물학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또한 연구팀은 대장암 전체 과정에서 ‘COX-2’(염증 반응 관여) 유전자와 ‘IL-1β’(염증성 신호물질) 발현이 진행 단계마다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밝혀냈다. 이로 인해 대장암의 형성·진행에 있어 염증과 면역환경의 교란이 핵심 기반임이 뚜렷해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해당 유전자 네트워크 기반의 예후 예측, 면역항암제 적합성 선별 등 실제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정밀의료가 암 치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전자 특성에 따라 맞춤 진단·치료 전략을 세우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NIH, 영국 NHS 등도 이 같은 유전체 기반 분류와 치료 가이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성별·위치에 따라 발병 경로나 치료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전자 단계에서 실증적으로 밝힌 사례는 이 연구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현재 식약처를 비롯한 규제 기관에서도 맞춤형 면역항암제 승인, 환자군 세분화 등의 기준 마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정보 데이터 보호, 치료 접근성 확대 등 정책 과제도 뒤따른다. 김나영 교수는 “여성 우측 대장암에서 면역회피 유전자 경로 활성화가 뚜렷하다는 점은 향후 치료 반응 예측, 맞춤 전략 수립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 성과가 국내 맞춤형 대장암 치료 기반을 확장하고, 환자 개개인 특성에 최적화된 면역항암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