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 위해 원전 재가동”…미국, 스리마일섬 부활에 대출 지원 논란 촉발
현지시각 기준 18일, 미국(USA) 에너지부가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1호기 재가동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 속에 미국 정부가 상징적 사고 원전의 부활을 선택하면서, 국제 사회에서도 에너지 안보와 원전 안전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에너지부는 이번 대출이 스리마일섬 내 기존 1호기 원자로 재가동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호기는 경제성 악화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으며, 발전소 운영사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총 16억달러를 투입해 설비를 복원할 계획이다. 에너지부와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설비 용량 835MW의 1호기가 약 8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히며, 전력 공급 안정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리마일섬은 1979년 2호기에서 노심 용융 사고가 발생한 장소로, 당시 사고는 미국 원자력 안전 논쟁의 분수령이 됐다. 사고 이후 2호기는 영구 폐쇄됐고, 1호기만 상업 운전을 이어오다 비용 문제로 2019년 문을 닫았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대형 신규 원자로를 단 세 기만 추가했을 정도로 원전 확대에 소극적인 기조를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에너지 수급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지난해 스리마일섬 1호기 재가동 계획을 발표하면서, 재가동 이후 생산되는 전력을 하이퍼스케일러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20년 장기 계약 형태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AI 연산을 위한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전력 다소비 인프라로 급부상하면서, IT 기업과 전력 회사 간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이 확산되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에너지부는 AI 데이터센터 등 하이퍼스케일 인프라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끊김 없는 기저전원 확보가 불가피해졌고 그 대안으로 원자력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거론하며 미국이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미국 원전 르네상스를 열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행정명령에 서명해 미국 내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 약 100GW 수준에서 2050년 4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계획에는 스리마일섬과 같은 기존 원자로 재가동뿐 아니라 10기의 대형 신규 원자로 건설도 포함돼, 사실상 대규모 원전 부흥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원전 확대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과 일본(Japan), 한국 등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각기 다른 해법을 모색해 왔다. 미국의 대규모 원전 확충 구상은 전 세계 원전 산업 공급망 재편, 연료 및 기술 표준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1979년 사고의 상징인 스리마일섬을 다시 가동하려는 결정은 안전 규제와 여론 관리에 대한 우려를 동반한다.
현재 스리마일섬 1호기 재가동을 위해서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 규제 승인 이후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2027년 재가동을 목표로 설비 투자와 관련 공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안전 기준 강화와 주민 수용성 확보, 사고 경험을 가진 부지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행보를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합적 양상으로 해석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AI와 디지털 경제 확장으로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국가가 원전을 탄소중립과 전력 안정성 사이의 절충안으로 다시 채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스리마일섬과 같은 상징적 부지 재가동은 안전성과 비용, 사회적 신뢰를 둘러싼 논쟁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원전 르네상스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구현될지, 그리고 스리마일섬 1호기 재가동이 AI 시대 에너지 정책 전환의 분수령이 될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