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인사와 세리머니”…황희찬, 시즌 첫 골→울버햄프턴 3연패 속 빛난 존재감
빗물이 어스름하게 번진 잔디 위, 황희찬의 왼발이 몰리뉴 스타디움을 밝히는 순간 침묵하던 관중석이 꿈틀였다. 에버턴과 난타전 속, 동점골을 성공시킨 황희찬의 표정에는 예상치 못한 아쉬움과 각오가 교차했다. 머나먼 8개월의 기다림 끝에 홈 팬들 앞에서 터트린 한 방이었기에, 그 골은 유독 짙은 울림을 남겼다.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울버햄프턴은 에버턴을 홈으로 불러들여 90분 전쟁을 벌였다. 치열한 경기 초반 울버햄프턴은 전반 7분 베투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하지만 기세를 넘어선 황희찬의 투지가 팀을 일으켜 세웠다. 전반 21분 오랜만의 리그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황희찬은 마셜 무네치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왼발로 밀어 넣으며, 이번 시즌 첫 슈팅을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했다. 지난해 12월 토트넘전 골 이후 8개월 만에 이어진 감격의 득점이었다.

득점 직후, 황희찬은 왼손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로 6·25 참전용사였던 고인이 된 할아버지를 떠올리는 마음을 전했다. 울버햄프턴은 동점 이후에도 끈질긴 공격을 이어갔으나, 전반 33분 일리만 은디아예와 후반 10분 키어넌 듀스버리 홀의 연속 실점으로 밀려났다. 후반 34분 교체 출전한 호드리구 고메스가 추격골을 터뜨렸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 스코어 2-3, 홈 팬들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평점에서도 황희찬의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는 교체 득점자 고메스(7.6점)에 이어 황희찬에게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7.4점을 부여했다. 울버햄프턴은 시즌 3연패에 그치며, 승점 0·골 득실 -6으로 리그 19위에 머물렀다. 반면 에버턴은 2연승을 달려 초반 선두권 진입의 불씨를 살렸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황희찬의 골에 힘찬 박수를 보내며 다음 라운드 반전을 기대하는 염원을 전했다. 울버햄프턴의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믿는 이들의 온기가 몰리뉴 스타디움 한쪽에 길게 남았다. 황희찬과 울버햄프턴의 다음 도전은 9월초 EPL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