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관세 압박 눈앞”…김정관 산업장관, 미 상무장관과 협상 총력전
한미 간 무역협상 타결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맞서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류 중인 스코틀랜드 현지까지 직접 찾아 미국 측 핵심 인사와 접촉하는 등 협상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8월 1일(현지시간)로 예고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은 24일 워싱턴DC에서, 다음 날엔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잇달아 만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에 맞춰 급히 현지를 찾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 중인 러트닉 장관과의 추가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저녁 식사 후 스코틀랜드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양측 접촉 사실을 시인했다.

특히 김정관 장관은 지난 25일 뉴욕 협상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의미하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제안해 러트닉 장관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었다. 한국 협상단은 미국과의 조선 분야 협력을 주요 지렛대로 삼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도 거세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한국에 4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했으며, 한국 정부는 ‘1천억 달러 플러스 α’ 수준의 투자안을 제시해 협상 금액에서 최대 3천억 달러까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일, 미·EU가 이미 각각 15% 관세율로 타결을 본 반면, 일본과 EU는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도 같은 관세율을 적용받기로 합의했다. 일본과 EU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는 물론 에너지·무기 등 미국산 제품 대량 구매까지 약속한 점 역시 한국 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치권에서는 한미 무역협상이 미국 대선 레이스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양국의 실질적 이해가 부딪히는 접점이자, 한국 정부의 통상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지 협상장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협상 불씨를 살리려는 한국 측의 대응에 미국 측이 어느 정도 호응할지 전망이 엇갈린다.
내달 1일 미국의 관세부과 시한을 앞두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각각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국 카운터파트와 만나 추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세부과 유예 시한 전까지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측 이견을 최대한 절충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치권은 미국의 대규모 투자 압박과 조선업 협력 지렛대 사이에서 한미 무역협상이 막판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복수의 대미 라인을 동원해 타결 실마리를 찾는 데 주력할 방침이며, 관세 부과 시한을 앞두고 합의 여부가 정국의 또 다른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