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도 지역분산 전략”…LCK, KSPO돔 결승 확정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국내 최상위 리그 LCK가 내년 결승전과 MSI 대표 선발전 일정을 공개하며 대형 공연장과 비수도권 로드쇼를 병행하는 운영 전략을 재확인했다. 결승전은 서울 KSPO돔에서 이틀간 열어 현장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국제대회 출전권을 가리는 MSI 대표 선발전은 강원도 원주에 배치해 팬 저변을 넓히는 ‘지역 분산’ 구도를 이어간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가 수도권 중심을 넘어 전국 단위 흥행 산업으로 자리잡는 분기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LCK를 주최하는 라이엇게임즈는 27일 2026년 LCK 결승전과 MSI 대표 선발전 로드 투 MSI의 개최 장소와 일정을 발표했다. 단일 시즌제로 개편된 뒤 최종 우승팀을 가르는 내년 LCK 결승전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KSPO돔에서 9월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12일에는 결승 진출전이 치러지고 13일 대망의 결승전이 열린다.

결승 무대로 선택된 KSPO돔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해 건립된 실내 체육관으로, 2018년 리모델링 이후 현재 이름을 사용 중이다. 최대 1만5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형 공연·스포츠 복합 공간으로, 2016년 SK텔레콤 T1과 락스 타이거즈가 맞붙은 LCK 스프링 결승, 2024년 LCK 스프링 결승 진출전과 결승전 등 굵직한 LoL e스포츠 경기를 치르며 팬들에게 친숙한 장소가 됐다. 특히 이번 결승 이틀 개최는 좌석 확대뿐 아니라 팬 체험 부스, 공연 등 부가 프로그램 구성에도 유리한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제대회 MSI에 출전할 LCK 대표팀을 가리는 로드 투 MSI는 내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원주 DB 프로미 프로농구단의 홈 경기장으로 활용되는 이 체육관은 관람 환경과 접근성, 주변 상권을 포함한 인프라 측면에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도권 팬 이동 거리와 숙박, 교통 편의성 등도 함께 고려됐다고 라이엇게임즈 측은 설명했다.
LCK는 2022년부터 매년 한 차례 이상 수도권 외 지역에서 오프라인 로드쇼를 이어오고 있다. 첫 해에는 강원도 강릉에서 서머 결승전을 치르며 지역 팬과의 접점을 넓혔고, 2023년 대전, 2024년 경상북도 경주, 2025년 부산 등 주요 거점 도시로 롤링하며 현장 관람 수요를 꾸준히 발굴해 왔다. 이번 원주 개최는 4년 만의 강원도 복귀로, 지역 e스포츠 인프라 확대와 관광·숙박 산업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된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LCK의 이 같은 로드쇼 전략을 전통 스포츠의 지역 연고제와 유사한 팬 문화 확산 시도로 본다. 대규모 결승전은 서울의 대형 공연장에 집중하되, 국제대회 선발전과 로드쇼는 비수도권으로 분산해 전국 단위 팬 경험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방식이다. 특히 강원도, 경상권, 충청권, 영남권, 부산 등으로 이어지는 순차적 개최는 지자체와의 협력 모델을 고도화하는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지역 파트너십 모델 측면에서 보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경기 유치로 관광객 유입과 도시 브랜드 제고를 노리고, LCK는 경기장 대관, 인프라 지원, 홍보 등에서 협력 범위를 넓히며 운영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e스포츠 리그들은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방식으로 현지 스폰서십과 지역 경제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MSI 대표 선발전 원주 개최를 두고 수도권 팬들의 이동 거리와 교통망, 원주시의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주시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하며, 결승전 장소로 다시 선택된 KSPO돔에 대해서도 팬 접근성 측면에서 우수하고 2024년 결승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쌓여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외 e스포츠 시장에서는 리그 운영사가 대형 공연장과 지역 체육관을 병행 활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티켓 매출과 스폰서 노출 극대화를 위해선 대도시 대형 경기장이 필수지만, 장기적으로 팬층을 넓히고 게임 브랜드를 생활 문화로 안착시키기 위해선 지역 밀착형 행사와 로드쇼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LCK 역시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LoL e스포츠를 직접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이어갈 방침이다.
산업계는 내년 KSPO돔 결승과 원주 로드 투 MSI가 흥행과 운영 안정성을 모두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스포츠가 하나의 장르를 넘어 지역과 산업을 잇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면, 대형 이벤트와 지역 분산 전략의 균형, 그리고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가 관건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