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내린 향교 밤”…전통과 음악으로 물든 부평향교 축제, 일상의 쉼표 되다
요즘 부평향교에서 저녁을 맞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무심코 지나쳤던 고풍스러운 마당, 지금은 오롯이 전통과 예술이 스며드는 일상이 됐다. 낮게 깔린 음악 소리와 손끝에 닿는 라탄의 감촉, 그 속에서 주민들은 평범한 하루에 소소한 기쁨을 새기고 있다.
올해로 다시 돌아온 ‘달빛가득 부평향교 축제’는 새로운 시대의 감각을 담았다. 고요한 달빛 아래, 라탄 공예와 보자기, 화병 만들기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에 남녀노소가 줄을 선다.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오던 향교인데, 오늘은 손주와 함께 전통 갓을 엮는다”고 한 노인의 말처럼, 세대와 세대가 느슨하게 이어지는 순간이 곳곳에 머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인천지역에서 최근 3년간 지역문화 행사 참여율이 꾸준히 상승해, 40대 이하 참가자의 비중이 54%를 넘겼다. 계양문화원 관계자는 “향교가 과거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의 마당이 되는 게 축제의 본질”이라 느꼈다. 축제의 음악회와 해설 프로그램, 직접 손으로 만들고 나누는 시간 등이 지역민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발표도 있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축제 현장을 찾은 한 방문객은 “복잡한 도심에서 이런 고요함을 만날 줄 몰랐다. 잠시 시간을 붙들고 느린 휴식을 경험했다”고 표현했다. SNS에는 “우리 동네에도 이런 멋이 숨어 있었구나”, “아이와 함께한 공예 체험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는 기록이 쌓여간다.
9월, 단 하루의 축제지만 그 여운은 길게 남는다. 부평향교의 오래된 기와, 그 위에 내려앉은 가을밤 달빛, 손을 맞잡고 웃음 짓는 이웃들 속에선 누군가에게 전통이 새롭게 시작된다. 이런 축제는 단지 지역행사의 의미를 넘어,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깊은 쉼표’가 되고 있다. 작고 소박한 경험 속에서, 우리 삶의 풍경은 조금씩 새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