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CT 한번에 3대 폐질환 판독…코어라인, AVIEW 2.0로 정밀진단 가속
흉부 컴퓨터단층촬영 한 번으로 폐암과 폐기종, 관상동맥석회화 등 주요 폐·심혈관 질환을 동시에 판독하는 인공지능 진단 플랫폼이 북미 최대 영상의학 학회에서 공개된다. 영상 판독 속도와 의료진 간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여 실제 임상 워크플로우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폐암 검진과 심혈관 스크리닝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 시연에 나선 만큼,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미국 시카고에서 이달 30일부터 개최되는 북미영상의학회 RSNA 2025에서 차세대 흉부 AI 플랫폼 AVIEW 2.0을 현장 시연한다고 밝혔다. AVIEW 2.0은 회사가 상용화해 온 AVIEW 제품군을 통합 고도화한 버전으로, 한 번의 흉부 CT 촬영 영상을 기반으로 폐암을 포함한 폐결절, 폐기종, 관상동맥석회화 등 세 가지 주요 질환을 동시에 분석해 보고한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AVIEW 2.0은 기존 플랫폼 대비 사용 환경을 크게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코어라인소프트에 따르면 웹 기반 판독 화면의 페이지 로딩 속도는 79퍼센트, 화면 간 전환 속도는 89퍼센트 각각 향상됐다. 대용량 3차원 CT 데이터를 실시간에 가깝게 불러와 렌더링하는 엔진을 재구성한 결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케이스 간 이동 시 겪던 대기 시간을 줄여 하루 처리 가능한 검사 건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AVIEW 2.0은 질환별 분석 결과를 통합 요약 형태로 제공하는 서머리 화면을 새로 탑재했다. AI가 검출한 폐결절의 크기·위치·성상 정보와 폐기종 분포, 관상동맥석회화 점수 등 핵심 지표를 한 눈에 정리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의료진은 한 화면에서 병변의 우선순위를 가늠하고 추적관찰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다. 특히 판독, 보고서 작성, 환자 및 타과와의 설명이 하나의 연속된 인터페이스 안에서 이뤄지도록 설계돼, 실제 임상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던 커뮤니케이션 단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어라인소프트의 AVIEW 플랫폼은 현재 19개국 의료기관에서 250만 건 이상 실제 임상 데이터를 처리한 것으로 집계된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부가 추진하는 폐암 검진 사업에도 공식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채택되며 안정성과 재현성을 확보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외 다기관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을 통해 인종과 장비, 촬영 프로토콜이 다른 환경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유지하는 점이 채택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템플 폐센터와 3DR 랩스, 이미지케어 등 의료기관과 영상 전문기업이 연구와 진단, 교육 전반에 AVIEW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각 기관은 자체 워크플로우에 맞춘 자동 리포트 양식, 질환별 판독 우선순위 설정 등 맞춤 구성을 통해 판독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 지역에서 영상의학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 라디올로지는 AVIEW 도입 일주일 만에 판독 속도와 결과 일관성이 개선돼 이후 병원 네트워크 전체로 사용 범위를 확대한 사례도 공유된 바 있다.
영상의학과 의료진 관점에서 AVIEW 2.0의 핵심 가치는 한 번의 CT로 여러 질환을 동시에 스크리닝하는 구조에 있다. 기존에는 폐암 검진용 저선량 CT와 심장 CT를 별도로 촬영하거나, 폐암 판독 과정에서 우연히 관상동맥석회화를 확인하더라도 정량 분석과 위험도 평가는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AVIEW는 폐결절 검출과 악성도 추정, 폐기종 정량화, 관상동맥석회화 점수 산출을 자동화해 의사가 판독 화면에서 곧바로 복합적인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 횟수와 판독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환자 입장에서는 방사선 노출과 내원 부담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
다만 글로벌 헬스케어 AI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유사한 통합 흉부 분석 솔루션 경쟁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이다. 미국의 일부 AI 업체는 폐결절 검출과 심혈관 위험 예측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고, 유럽에서도 폐암 검진 프로그램에 맞춘 전용 알고리즘 고도화가 한창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다국적 폐암 검진 사업 참여 경험과 축적된 대용량 리얼월드 데이터, 그리고 이번 RSNA를 기점으로 한 원 CT 다질환 전략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규제와 제도 환경도 상용화 확산의 관건이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이 컴퓨터단층촬영 기반 폐결절 검출, 심혈관 석회화 점수 산출 등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해 개별 적응증 단위로 허가를 내주는 구조여서, 실제로 임상에서 AVIEW 2.0과 같은 통합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각 기능별 승인 범위와 사용 지침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에서는 의료기기규정 강화로 인공지능 기반 진단 소프트웨어의 임상 근거와 성능 검증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폐와 심혈관을 아우르는 기술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대동맥 박리를 자동 분석하고 심혈관 위험을 시각화하는 AI 기술에 대해 미국 특허를 새로 취득했다. 대동맥 박리는 대혈관 벽이 찢어져 생기는 중증 질환으로, 조기 발견 실패 시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CT 기반 정밀 판독이 필수로 여겨진다. 회사는 이번 특허를 통해 AVIEW 플랫폼이 폐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 관상동맥질환을 넘어 중증 혈관질환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장령우 코어라인소프트 임상 연구 리드는 미국은 폐암 검진과 심혈관 스크리닝 모두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라며 AVIEW 2.0을 기반으로 한 원 CT 다질환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RSNA 기간 동안 미국 주요 병원과 파트너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확대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과 유럽에서 AVIEW 2.0이 어떤 규제 경로와 임상 근거를 통해 통합 플랫폼으로 자리잡느냐에 따라 폐암 검진과 심혈관 스크리닝 시장 구조가 일부 재편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헬스케어 AI가 실제 병원 워크플로우 안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지, 기술과 제도의 조율 속도가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