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풀스택AI로간다”…SKT연합,반도체부터서비스까지결집
국산 인공지능 기술이 반도체에서 서비스까지 한 번에 아우르는 풀스택 구조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주도하는 K AI 연합이 국가 과제로 선정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서 핵심 파트너사의 역할과 기술 경쟁력을 공개했다. 모델 성능을 좌우하는 데이터와 알고리즘뿐 아니라 국산 가속기와 실제 서비스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한국형 초거대 AI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4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SK텔레콤 컨소시엄의 참여 기업 5곳과 이들의 기술적 강점을 소개했다. 컨소시엄에는 라이너, 셀렉트스타,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이 참여해 정확성, 신뢰성, 확장성, 범용성, 효율성 등 다섯 가지 축으로 경쟁력을 분담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라이너는 정확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전문 지식과 정보 검색에 특화된 AI 에이전트 기술을 기반으로, 모델의 기본 역량인 지식 정확도와 문맥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특히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축적한 검색·질의응답 운영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라이너는 한국어 질의응답 벤치마크로 평가되는 심플QA에서 95.3점을 기록한 바 있어, 한국어 환경에 최적화된 정보 처리 능력을 이미 검증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적으로는 문장 단위에서 의미를 정교하게 판별하는 평가 구조를 도입해, 단순 키워드 매칭을 넘어 논리적 일관성과 사실 관계까지 동시에 점검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는 모델이 생성하는 답변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도메인 특화 서비스로 확장할 때에도 품질 저하를 줄이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문장 단위 평가를 통한 정확도 향상과 한국어 특화 처리 능력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렉트스타는 신뢰성 강화를 위한 데이터 검증을 맡는다. 대규모 AI 학습 데이터 구축과 정제에 특화된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다투모 이밸 기반 자동화 검증 시스템을 통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편향을 초기 단계에서 탐지하는 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가 모델에 투입되기 전에 품질 기준을 통과하도록 다단계 필터링과 인공지능 기반 정합성 검사를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뢰성 확보는 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AI 관련 규제와 책임 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 수준에서부터 오류와 편향을 줄이는 체계는 향후 해외 진출이나 공공 분야 적용 시에도 필수 요건이 될 수 있다. 김세엽 셀렉트스타 대표는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오류와 편향을 조기에 찾아내고 개선하는 구조가 SK텔레콤 컨소시엄의 독자 모델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래프톤은 확장성 중심의 역할을 맡아 파운데이션 모델의 글로벌 운영을 뒷받침한다. 대규모 글로벌 게임 서비스 운영 경험을 통해 축적한 사용자 행동 데이터 분석 역량과 멀티모달 연구개발 기술이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행동 로그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다루며, 가상 환경에서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모델의 정합성을 검증하는 구조를 제공한다.
특히 게임 환경은 수억 건 단위의 상호작용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이는 대표적 대규모 플랫폼이어서, 모델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반복적으로 시험하고 튜닝하기에 적합하다. 이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실제 이용자 서비스에 투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예외 상황을 사전에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욱 크래프톤 AI 본부장은 모델, 데이터, 가속기, 서비스가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가 컨소시엄의 특징이라며, 실제 서비스에서 검증된 기술 역량이 독자 모델 경쟁력을 지탱한다고 강조했다.
포티투닷은 범용성을 강화하는 온디바이스 AI와 경량화 기술을 제공한다. 실제 차량 환경에서 수집한 대규모 주행 데이터와 복잡한 상황 판단 시나리오를 활용해, 제한된 연산 자원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경량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차량용 AI 에이전트 구성에 필수적인 낮은 지연 시간과 실시간 의사결정 능력, 높은 안전성 요구를 파운데이션 모델 설계 철학에 반영하는 접근이다.
모빌리티 분야는 센서 데이터, 지도 정보, 운전자 행동 패턴 등 이기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결합해야 하는 만큼, 범용 AI 모델이 다양한 디바이스와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좋은 시험대가 된다. 포티투닷이 축적한 온디바이스 최적화 경험은 향후 스마트폰, 가전, 산업용 장비 등 다른 엣지 환경으로도 확장될 수 있어, 파운데이션 모델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병열 포티투닷 그룹 리더는 차량 내 AI 에이전트 구현에 필요한 성능 요건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벨리온은 효율성과 인프라 측면을 담당한다. 국산 AI 반도체를 설계·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모델이 실제 데이터센터와 서비스 환경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에너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한다. 특히 국산 모델과 국산 가속기가 함께 최적화되는 구조를 목표로, 모델 아키텍처와 칩 설계 단계에서부터 연산 패턴과 메모리 접근 특성을 조율하는 모델 칩 공동 최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해지고 있는 AI 인프라 경쟁 속에서 국내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수단으로도 주목된다.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전력과 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 중심의 추론 구조를 확보하는 것은 상용화 속도와 서비스 확장성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김홍석 리벨리온 총괄은 데이터센터 상용화를 통해 축적한 NPU 운영 경험과 모델 칩 최적화 역량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확장성과 실사용 성능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이번 컨소시엄 구조는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들이 모델, 데이터, 반도체, 서비스까지 수직 통합하는 전략과 유사한 방향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해외 기업이 자체 생태계 중심으로 기술을 묶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연합 형태로 풀스택을 구현한다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합형 모델이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저변을 넓히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표준화와 지배적 플랫폼 확보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와 데이터 전략, 반도체 산업 육성과 맞물려 진행되는 만큼, 향후 규제와 지원 체계의 정교한 조정이 요구될 전망이다. 고성능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데이터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 산업 간 공정 경쟁 이슈도 병행해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 AI 생태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국가대표 AI 3강 진입을 향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는 모델, 데이터, 알고리즘, 반도체, 서비스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는 한국형 풀스택 AI 모델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시도가 실제 상용 서비스와 글로벌 시장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