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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체계, 구조적 한계에 막혔다”…‘지속가능 개혁’ 해법 모색 본격화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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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분야의 만성적 위기가 인프라 부족이나 의사 수 감소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나 수가 중심 보험체계 등 기존 의료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실패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의료계 ‘진료권 재설정’과 ‘핀셋 지원’ 등 다층적 제도 개혁이 병행돼야 지속가능한 생태계 복원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 모색’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희숙 강원특별자치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지역에는 병원이 있어도 환자가 없고, 환자에게는 병원이 없는 역설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현행 뛰어난 전국 단일 정책·행위별 수가 중심 보험, 수도권 집중 개발, 교통 인프라 확장 등이 맞물린 복합 위기라고 진단했다. 단순 의사 수 증원이나 일회성 비용 지원만으로는 악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의 사례도 집중 분석됐다.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재정 인센티브, 지역 의무복무, 임상 교육 강화, 비의사 진료인력·원격의료 등 복합 정책을 종합 동원한다”며 “한국 역시 지역정원제, 원정진료 지원, 지역 수련 강화 등 맞춤형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공공의대·공공병원 확충만으로는 지역 의료 격차 및 치료 가능 사망률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논의도 중점 다뤄졌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기존의 지역인재전형, 계약형 필수의사제, 공중보건의사제도와 비교해 공공의대 방식은 비용·효과·시기 면에서 우위가 명확하지 않다”며, 지역 진료권 재설정, 환자 이송 체계 개선, 상급종합병원 책무성 강화와 같은 구조적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헬스 역시 지역의료 위기 해소의 도구로 부상한다. 강동윤 울산의대 교수는 해외처럼 인프라 자체가 없는 무의촌 원격진료 모델이 아니라, “한국은 이미 데이터 활용 기반의 ‘의사 역량 증강’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분만, 소아, 응급 등 필수 진료 분야 공백의 원인은 결국 복합적 의료 시스템인데, 디지털 헬스 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책, 인력, 디지털 기반이 상호 융합된 구조개혁이 요구된다는 진단이다.

 

한국 의료계는 제도 설계의 전환과 더불어, 각 지역 현실에 맞는 인센티브, 교육,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 복합 처방을 통해 의료 생태계의 지속성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런 변화가 실제 시장과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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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디지털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