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피서는 실내에서”…부천 시민들, 전시·체험 공간에 모인다
요즘 부천에서는 시원한 실내 공간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실내 전시나 체험장이 단순한 취미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여름철 피서의 일상이 됐다.
7월 3일은 아침부터 공기가 후텁지근했다. 원미구 중동의 오전 10시 20분 기온은 28.6도, 체감온도는 30도에 가까웠다. 습도까지 높아 바람이 불어도 더위는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초여름임에도 부천 전역에 폭염영향예보가 내려져 ‘햇볕 없는 무더위’에 더 힘들어진 모습이다. 대기질은 양호한데도 거리에는 이른 오전부터 휴대용 미니 선풍기와 음료수를 챙겨 걷는 시민이 많아졌다.

이런 변화는 생활 주변에서도 바로 감지된다. SNS에는 ‘에어컨 명당’ 인증샷이나 ‘전시장에서 더위 탈출’ 후기가 잇따라 올라온다. 시민 이은지 씨(35)는 “애들과 나들이할 곳을 찾는데, 실내 전시관이나 체험장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밖에만 있으면 금세 지치는데, 전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면 시원하고 새로운 경험까지 할 수 있어 좋다”고 느꼈다.
실제로 기관 통계도 재미있다. 부천아트벙커B39, 부천로보파크, 한국만화박물관 같은 도심 실내 명소는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관람객이 늘고 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산업 폐기물을 예술로 바꾼 공간인데, 낮에도 서늘한 실내 덕분에 복합문화예술 체험은 물론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아이와 함께 방문할 만한 부천로보파크 역시 로봇 체험 프로그램과 다양한 전시를 마련해 가족 단위 손님이 붐빈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수많은 만화책과 진귀한 전시로 더위를 잠시 잊게 해준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연일 “습도와 체감온도가 높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오후 야외 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내 피서가 더위 적응에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진들은 “강한 햇볕이 아니어도 습한 더위에는 온열질환 위험이 커진다”면서, 실내에서 문화생활이나 체험 활동으로 심리적 피로도 함께 달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주말은 전시관 투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커뮤니티에는 “책 읽으며 몇 시간 보내다 오니 덜 지쳤다”, “애들이 실내 체험장에서 뛰놀고 더위를 모른다” 같은 후기들이 올라온다. 야외 나들이는 일찍 아침이나 해질 무렵에만 잠깐 나서는 게 새로운 여름 생활 리듬이 됐다.
시대가 바뀌면서 피서의 풍경도 그렇게 달라졌다. 무더운 도심 한복판, 전시와 체험을 겸한 실내 공간은 단순한 쉼터 그 이상이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