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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완도, 쉼에게 물들다”…푸른 바다와 숲이 건네는 조용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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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완도, 쉼에게 물들다”…푸른 바다와 숲이 건네는 조용한 위로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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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하늘 아래, 요즘 완도의 섬과 숲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바다 내음 사이사이,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단함이 잦아든다. 예전엔 멀고 한가로운 곳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번잡한 일상에 쉼표를 남기고 싶은 이들에게 일상이 된 장소다.

 

완도는 남해의 잔잔한 바다 위에 수많은 섬들이 흩어져 있는 곳, 그래서 ‘남해의 은신처’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오늘 오후, 완도에는 28도를 기록한 포근한 기온과 함께 구름 많은 하늘이 펼쳐지고 있다. 강수 확률은 20% 정도로, 여유롭게 걸으며 섬과 숲을 둘러보기 더없이 좋은 날씨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완도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완도

자연을 만끽하려면 완도항에서 배로 50분 걸리는 청산도를 추천하는 이가 많다. 파란 바다와 굽이진 해안선, 그리고 그림처럼 이어지는 산책로가 특징이다. 실제로 청산도 길을 걷다 보면 발끝에 닿는 바람, 귓가로 스치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자연스럽게 단단하게 만든다. 한 여행자는 “청산도의 고요한 풍경을 걷다 보면 마음속 먼지까지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숲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국내 유일의 난대수목원인 완도수목원도 좋다. 무려 3,145종의 식물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사철 다양한 빛깔의 숲길을 선물한다. 진달래과원, 녹나무과원, 동백원 등 30여 개 전문원에 유리온실까지, 식물을 보고 만지고 걸으며 천천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기에 제격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완도 앞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이 펼쳐진다.

 

길을 좀 더 이어가면, 조선 시대 시인 윤선도가 삶을 숨 쉬었던 보길도가 나온다. 세연지 연못을 품은 세연정, 산길 절벽 위 동천석실 같은 고요한 공간은 오래전 선비의 사색을 떠오르게 한다. 윤선도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과거와 현재, 자연과 사람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을 맞게 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섬이나 숲, 고즈넉한 명승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쉼에 대한 갈증, 그리고 내면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이 깊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연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혼잡한 도시에서 벗어난 나를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라는 해석도 등장한다.

 

커뮤니티와 SNS 반응도 흥미롭다. “마음이 너무 지쳐서 바다 보러 왔다가, 나도 모르게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완도의 숲길을 걷고 나서 처음으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 본 것 같다”는 등의 경험담이 이어진다. 누구에게나 조용히 리셋이 필요한 때, 완도의 자연이 내미는 작은 위로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평범할 수 있는 섬 여행, 잿빛 구름과 푸른 바다가 함께하는 완도의 하루에선 사소한 선택 하나가 일상을 조금씩 바꾼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싶은,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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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청산도#보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