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개신교 인사 연루 정황”…특검, 김장환·이영훈·이철규 압수수색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개신교계 원로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정황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정치권이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이 김장환 목사와 이영훈 목사, 그리고 여권 핵심 인사 이철규 의원 등 주요 인물을 압수수색하면서, 사건 파장은 여의도 정가와 교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18일 법조계와 특검팀에 따르면, 특검은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및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포함한 개신교 인사들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의 핵심 연결고리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이날 극동방송과 관련 인사들의 자택,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압수수색했다. 

김장환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치적 멘토 관계로 잘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고위직 인사들과 개인적 친분을 맺어왔다. 백명규 목사 역시 2023년 7월 31일 채상병 사건의 초동 수사기록이 경찰로 이첩되는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과 직접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및 국방부와 임 전 사단장 사이에 개신교 인사들이 중간 조력자 역할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올해 초 임 전 사단장 아내가 김건희 여사 측근과 접촉했다는 제보도 확보했다. 김건희 여사와 백명규 목사의 직접적 친분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임 전 사단장 아내와 백 목사가 연락한 사실이 드러나 주목받았다. 또한, 이영훈 목사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군선교위원장 자격으로 해병대와 관계를 이어온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에 대한 참고인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이 의원은 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지역구를 두고 있으면서 삼척 큰빛교회 집사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의원과 김장환 목사는 2023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 소위 ‘VIP 격노’ 시점에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사건 당시 관련자들 간 통화 내역, 메시지 등 주요 기록을 이미 확보했으며, 추가로 확인할 내용이 있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이철규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팀이 통화 한 차례를 이유로 압수수색에 나서고 있다”며 “통화기록 하나로 이런 무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편, 이날 특검팀의 압수수색에는 고석 변호사도 포함됐다. 고 변호사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고등군사법원장을 역임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졌다. 군검찰이 경찰로부터 채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한 직후, 고 변호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연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국회는 특검 수사 확대와 압수수색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권 고위 인사들이 중요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국이 심각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검팀은 추가 통화내역과 메시지 분석을 이어가며, 대통령실과 정치권, 개신교계 인물 간 실질적 연결 고리가 존재했는지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