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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포어 시퀀싱으로 원인균 정밀 진단”…서울대, 당뇨발 합병증 치료 새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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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포어 시퀀싱으로 원인균 정밀 진단”…서울대, 당뇨발 합병증 치료 새 전기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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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유전체 분석기술이 당뇨병성 족부감염(일명 ‘당뇨발’) 진단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대병원 문장섭·이동연·주건 교수팀은 나노포어 시퀀싱 기반 분석법을 통해 기존 세균 배양 검사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염 원인균을 신속·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해당 신기술이 복합세균 및 혐기성균 구분 어려움, 분석 지연 등 기존 진단 페인포인트를 극복할 적기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정밀 감염진단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서울대 연구팀은 당뇨병성 족부감염 환자 대상으로, 수술 중 채취한 54개 괴사조직 샘플을 전통적 배양검사와 나노포어 시퀀싱 분석법으로 각각 비교했다. 나노포어 시퀀싱은 DNA 염기서열 정보를 실시간으로 판독하는 미세 유전체 해독 기술로, 다양한 세균을 동시 탐지하고 상대적 비율까지 정량화 가능하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배양 방식이 병변 내 일부 세균만 동정하거나 혐기성균(산소가 없어야 자라는 세균)은 검출 못하는 한계를 극복했다. 분석 결과, 나노포어 시퀀싱은 표본의 약 81%(44건)를 복합세균감염 사례로 진단했으나, 기존 배양검사에선 51%(32건)에 그쳤다. 또 배양법에선 12건의 복합감염을 단일 세균감염 또는 ‘원인 미확인’으로 판별오류가 발생했다.

차별점은 민감도뿐 아니라 원인균 구성을 더 실질적으로 파악한다는 데 있다. 복합세균감염 상황에서 풍부하게 존재하는 세균은 배양법으론 검출되지 않거나, 실제로 균이 얼마 없는데도 배양 검사에서만 동정되는 일도 확인됐다. 프레보텔라, 박테로이데스 등 혐기성균 역시 기존에는 동정이 어려웠으나, 나노포어 시퀀싱 분석에선 명확히 분리됐다. 분석속도에서도 우위가 확인됐다. 기존 배양검사는 길게는 7일까지 걸릴 수 있으나, 시퀀싱 기반 진단은 대부분 1일 이내로 단축됐다.

 

업계에서는 당뇨병성 족부감염 등 만성감염 질환 치료에서 ‘제대로 된 원인균 동정’이 곧 치료 성공률을 좌우한다는 점을 들어 해당 기술의 임상적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미, 유럽 등 일부 의료기관에서도 신속분자진단도구 활용사례가 늘고 있으나,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서울대병원 연구진의 결과가 선도적이다.

 

한편, 국내외 감염진단 분야에서는 원인균 분자진단정보의 보험적용, 의료 데이터 정확성, 시퀀싱 분석 환경 고도화 등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다. 데이터 해석 표준과 의료윤리문제, 환자정보 보호 등도 치료혁신 속도와 균형을 맞출 변수로 언급된다.

 

문장섭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나노포어 시퀀싱 기반 분석으로 효과적 당뇨발 진단과 예후개선, 급진적 치료법 전환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앞으로 치료 어려운 감염질환 전반의 새로운 패러다임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과 건강보험 체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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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나노포어시퀀싱#당뇨병성족부감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