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각오 선포”…기성용, 포항과 새 도전→현역 생활 마침표 예고
익숙한 팀을 떠나 낯선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결연함이 교차했다. 포항 스틸러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그는 기다려온 팬들 앞에서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가왔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담담한 태도에는 프로축구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하는 각별한 무게감이 묻어났다.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는 7월 3일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의 공식 영입을 알렸다. 바로 다음 날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는 친정팀 FC서울과의 결별 이후 포항에서 첫 걸음을 내딛는 기성용의 진심 어린 각오와 포부가 전해졌다.

기성용은 FC서울 유스 출신으로 프로 무대를 밟은 뒤 셀틱,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등 유럽에서 활약하고 다시 서울 유니폼을 입었던 경험 많은 미드필더다. 하지만 최근 부상과 교체 출전이 이어지며 점차 주전 자리를 잃은 상황이었다. 기성용은 미련을 남긴 채 서울과 이별했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포항행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몸 상태를 다잡고 있다. 현역 연장 자체도 큰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족들에게조차 마지막 시즌의 각오를 거듭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은 “부상 전까지는 컨디션이 괜찮았지만, 이후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은퇴도 고민했다. 그러나 딸의 소망과 미련이 남아 마지막 열정을 쏟기로 결심했다”고 이야기했다.
기성용은 오랜 인연인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게 됐다. 감독, 코치진 등과의 유대는 물론 새 팀 동료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분위기가 포착됐다. 그라운드에서의 책임감과 기대가 동시에 높아졌다. 그는 “포항의 훈련 시설과 환경이 유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스완지, 선덜랜드에서 느꼈던 바다 풍경에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가 좋다”며 새 소속팀에 대한 만족감을 보였다.
과거 FC서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기성용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서울을 떠나 상처받은 팬들에게도 새로운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잔여 시즌 후반기 포항의 중원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쏟아부을 각오다. 그는 “지금 이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나를 믿어준 감독과 팀에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또 어린 선수들에게 내 노하우를 전해 팀 전체의 상승세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포항은 기성용 영입을 통해 중원에 안정감을 더하며, 향후 K리그1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노릴 전망이다. 남은 일정 동안 기성용이 선사할 마지막 열정이 포항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팬들의 간절한 시선과 그라운드의 환호 속에, 기성용의 새로운 도전과 마지막 각오가 잔잔한 울림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