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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치료 한류 본격화”…국립암센터, 카자흐스탄 현지 지원에 의료 역량 입증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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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치료 기술이 글로벌 암 치료 산업의 협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지난달 카자흐스탄 국립암연구센터(NROC)의 중앙아시아 최초 양성자치료 개시에 현지 파견과 기술 자문 등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한국 의료 한류의 파급력이 입증되고 있다. 업계는 이를 ‘글로벌 암 치료 인프라 구축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국립암센터는 카자흐스탄 NROC에 전문인력을 파견해 양성자치료 시스템 안전성과 정확도 검증, 시운전 점검, 환자 맞춤형 치료계획 수립까지 기술 전반을 지원했다.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의학물리학자와 방사선종양학 전문의 등 7명이 현지에 파견됐으며, 양성자치료기 인수검사, 치료 빔 품질 평가, 선량 검증, 치료계획시스템(QA: Quality Assurance) 점검까지 현장 밀착 자문을 수행한 것이 특징이다.

양성자치료는 고(高)정밀 입자빔을 통해 암 조직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첨단 방사선 치료법으로, 기존 X선 치료 대비 정상조직 손상 최소화와 부작용 저감이 뚜렷하다. 암 세포에만 에너지를 집중 전달하는 양성자(陽性子) 특성을 이용해 치료 정확도를 높이고, 소아암·뇌종양 등 보존이 중요한 장기 인접 암에 특히 효과가 주목받는다. 국립암센터는 치료 전 모든 장비와 선량(방사선량)의 정밀 기준을 사전 점검(QA)하고, 환자별 치료설계와 빔 세기 조정 등 노하우까지 직접 전수했다.

 

이번 지원으로 NROC는 지난달 23일 첫 암 환자 양성자치료를 성공 시행했으며, 이후 뇌수막종 환자 등 다양한 사례의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중앙아시아 의료기관에서 접할 수 없던 정밀 입자치료 접근이 현실화된 셈이다. 실제 2022년 양성자치료기 도입 후 국립암센터와 기술자문 계약, 현장 실습 등 장기간 협력이 뒷받침됐다. 환자 안전성과 맞춤 전략이 강화되면서, 향후 신규 환자와 임상 적응증 확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주목된다. 미국과 일본,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수십 기의 양성자치료센터를 가동하며 기술 상용화에 주력해왔다. 한국 국립암센터는 2007년 국내 최초 도입 이후 축적한 임상·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중앙아시아 협력을 실현해, 의료기술 수출과 국산 치료기 표준화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 지원 및 산업 확장성도 촉각을 끈다. 국내 보건산업진흥원 카자흐스탄지부와의 협력 지원을 바탕으로, 이번 노하우 이전은 국내 의료기기 인증 프로세스, 의학 물리 데이터, 방사선 치료 적합성 검증 등 글로벌 규제 기준 부합에 초점을 맞췄다. 향후 한-중앙아 협력 체계를 통한 국제환자 유치, 공동 연구,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 포괄적 헬스케어 생태계 진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한국형 입자치료 운영 경험의 수출 본격화는 물론, 암 정밀치료의 국제 표준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신동호 국립암센터 박사는 “현지의 첫 치료 성공이 중앙아시아 암 치료 격차 해소에 실질적 기여가 될 것”이라고 밝혔고, 문성호 교수도 “입자치료 기술의 확산과 국제 의료협력 모델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과 협력 경험이 실제 현지 의료시스템 안착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의료기술 표준화와 노하우 교류, 데이터 기반 인증 등 제도·산업 간 균형이 글로벌 의료 산업의 성장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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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카자흐스탄nroc#양성자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