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배후 쟁점”…이원모 전 비서관, 해병특검 재소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도피 의혹을 둘러싸고 해병특검과 대통령실 인사가 다시 맞붙었다. 특검팀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범인도피 혐의로 12일 재소환하면서,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의 역할이 정국의 격랑 한가운데로 떠올랐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이원모 전 비서관을 두 번째로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했다. 지난 1일에 이은 두 번째 출석이었다. 이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했는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는가" 등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 침묵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작년 1월까지 대통령의 인사 사무를 총괄한 핵심 인물이다.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갑작스럽게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됐고 나흘 만에 출국금지가 해제돼 출국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검은 이 전 비서관이 재임 중 인사비서관실과 외교부 간 이 전 장관 임명 논의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중점적으로 캐묻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의 차량, 휴대전화는 이미 8월 압수수색됐다. 검사 출신이면서 이른바 '친윤' 인물로 분류된 그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 법률지원팀에도 참여했다. 가족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부인 신씨는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자생바이오 등 관련 회사를 통한 거액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상태다.
한편,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10일에 이어 두 번째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구속된 이 전 대표는 호송차에서 내려 "임 전 사단장과 일면식조차 없다는 입장인가", "김건희 여사에게 구명을 부탁한 적 있나" 등 질문에도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이동했다.
이 전 대표는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소속 멤버들과 모의해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 명단에서 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해당 대화방에서 이루어진 논의와 김 여사와의 친분 등 구명 시도 정황을 집중적으로 확인 중이다. 아울러 7월에는 이 전 대표의 자택과 차량도 압수수색했고, 한강변에서 휴대전화를 파손하려던 정황도 포착해 수사를 확대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김건희 여사 계좌 관리 및 '컨트롤타워' 역할 등을 한 핵심 인물로, 이미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집행유예 약속과 관련한 뇌물 수수 의혹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검팀은 이원모 전 비서관, 이종호 전 대표 등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 주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다각도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조사가 정국 전반에 미칠 파장에 정치권과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