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고현정·장동윤 피비린내 속 모자 재회→경계 잃은 인간의 무너짐
누군가는 범죄의 그림자에 가려진 삶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검은 심연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SBS 새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한없이 차가우면서도 세밀하게 얽힌 모자(母子)의 범죄 서사로 시청자의 가슴 한복판을 파고든다. 잔혹한 연쇄살인마로 완벽 변신한 고현정의 경계 없는 연기와 장동윤이 보여주는 형사이자 아들의 고뇌는 극 시작과 동시에 진한 먹먹함을 남긴다.
고현정이 그리는 범죄자의 초상에는 우아함과 섬뜩함, 그리고 미세한 떨림이 공존한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감춰진 슬픔과 스산함이 떠돌고, 살인마의 정적에도 인간의 온기가 뒤엉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장동윤은 홀로 절망을 견디는 아들이자, 날선 직감의 형사로서 단호하면서도 위태로운 감정선을 날카롭게 긋는다. “멈춰, 엄마”라는 장동윤의 한마디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흔들리는 도덕과 구원의 경계를 탐색하게 만든다.

이 흐름 속에 변영주 감독과 이영종 작가가 이끈 제작진의 치밀한 연출과 구성이 어둠 속을 찢는 긴장감을 더한다. 조성하, 이엘 등 조연 배우진은 굵은 숨결로 극의 서사를 빈틈없이 채우고, 신예 배우들의 에너지는 모자 관계의 갈등을 더욱 입체적으로 증폭시킨다. 장면 곳곳에 스며든 침묵과 시선, 낮은 목소리 너머 쏟아지는 슬픔은 시청자들 각자의 도덕적 경계까지 흔든다.
예측 불가한 서사는 어두운 방의 전화음처럼 산산이 흩어진 긴장감을 퍼뜨린다. 오늘 밤 9시 50분, SBS에서 방영되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한 가족의 파국과 함께 인간 내면, 죄의 숨은 얼굴까지 깊이 파고들며 가을 밤,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한 질문으로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