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컴백”…박지성, 아이콘매치서 동료들과 추억→환호 넘긴 상암의 밤
여운이 긴 벤치, 고요한 잔디 위 박지성의 땀방울에 상암의 긴장이 다시 살아났다. 무거웠던 무릎, 쉽게 들끓지 않는 신중한 표정 뒤에서 오랜만의 재회와 환호가 교차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박지성이 직접 뛰며 빚어내는 진짜 경기의 공기, 추억과 설렘이 관중을 감쌌다.
2025 아이콘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 메인경기에서 박지성은 ‘FC 스피어’ 소속으로 선발 출전했다. 오른쪽 풀백 자리에서 그는 수비에 집중하며, 실드 유나이티드 공격수들과 거친 경합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경기 전에 알려진 무릎 상태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은 진지한 태도로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지난해 코치로 지휘했던 박지성은 올해 직접 선수가 돼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현장에 몸을 던졌다.

‘FC 스피어’는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동료 웨인 루니가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갔다. 그러나 ‘실드 유나이티드’는 마이콘의 헤더로 동점을 만들었고, 종료 직전 박주호가 역전 결승골을 뽑아내 2-1로 승리했다. 실드 유나이티드에는 마이클 캐릭,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등 전 맨유 레전드들이 모습을 드러내 한층 더 경기에 의미를 더했다.
박지성은 현장 믹스트존에서 “상암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했다. 팬들이 즐겁게 봐준 것 같아 그걸로 만족한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 시절 함께했던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다시 뛰는 시간이 큰 의미였다. 팬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더 기쁘게 뛸 수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오랜 재활과 노력 끝에 얻은 시간, 그는 “이런 경기에서 프로라면 누구든 지고 싶지 않다. 과정이 만족스러운 좋은 경기였기에 충분하다”며 뼈 있는 소감을 남겼다.
박지성을 비롯한 옛 맨유 스타들이 서울에 한 데 모인 이날, ‘아이콘매치’는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경기장 곳곳에서 쏟아진 응원, 양팀 선수들의 유쾌한 경쟁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다시 한 번 축구로 물들였다. 아이콘의 귀환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세대와 시공간을 잇는 축제의 장이 됐다.
땀에 젖은 유니폼, 환한 미소 그리고 벤치에서 나누는 농담까지. 이 특별한 하루는 박지성과 팬들에게 오래 남을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졌다. 아이콘매치의 감동 서사는 관중의 긴 박수 속에서 마무리됐고, 그 기록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위에 고스란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