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캠프 생방송의 블랙아웃”…인디밴드, 충격의 일탈→20년 여운 남긴 죄책감
밝은 여름 오후, 음악으로 가득 차 있던 무대에 갑작스러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음악캠프’의 생방송 현장은 자유와 개성의 장이었으나, 인디밴드 멤버들의 충격적인 순간이 모두에게 깊은 파문을 남겼다. 반짝이던 무대 조명 아래, 자유로운 무드에 취했던 관객과 시청자들은 곧 사건의 심각성 앞에 얼어붙었다.
2005년 7월, 음악 팬들에게 익숙한 ‘음악캠프’ 무대에서 인디 밴드 멤버 두 명이 예기치 않게 무대 위에서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카우치와 스파이키 브랫츠의 멤버였던 신씨, 오씨가 벌인 돌발 행동은 관객을 비롯해 안방극장까지 혼란에 빠뜨렸다. 생중계의 속성상 사고 장면은 고스란히 송출됐고, 카메라는 급히 관객석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미 충격은 퍼진 후였다.

당시만 해도 인디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라, 이 한순간의 일탈은 인디 밴드계 전체에 오랜 낙인을 남겼다. 출연 의도와 달리, 소속 뮤지션들은 방송 이후 ‘생방송 음악캠프’의 조기 종영과 함께 방송 관계자들도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해당 멤버들은 “음악을 알리고 재밌게 놀아보고 싶었다”는 진술을 남겼으나, 두 사람은 공연음란죄 및 업무방해죄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음주나 약물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은 남았다.
이 사건 이후 지상파 방송은 생방송 영상에 수 초에서 수 분의 딜레이를 거는 시스템으로 안전장치를 강화했다. 인디밴드의 방송 출연이 4년간 막히는 등, 어린 예술가들에게는 무거운 족쇄와도 같았다. 치명적인 해프닝 이후, 밴드 럭스의 리더 원종희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자신의 잘못을 반복해 고백했다. 지난해 유튜브를 통해 그는 “평생 이 잘못을 뉘우치며 살겠다”며 다시금 사과 의사를 내비쳤다.
한 시대를 뒤흔든 ‘음악캠프’ 사고는 대중음악 생태계에 남은 상흔이자, 방송가의 기준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여전히 당시의 기억은 많은 이들에게 음울한 그림자로 남았고, 인디 문화의 비상은 한동안 멈췄다. 개성 넘치던 무대의 자유와 책임, 그 간극을 곱씹게 만든 순간으로 남아 있다.
한편, 신인 발굴을 목표로 시작된 ‘이 노래 좋은가요’ 코너와 다양한 인디 밴드의 무대가 이어졌던 ‘음악캠프’는 이번 사건을 끝으로 막을 내렸으며, 이후 생방송 송출 시스템 역시 전면적으로 개선되는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