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이름을 달고 뛴 500kg의 질주”…경주마와 기수 이동하, 신화→관객 울림
경마장에 은빛 햇살이 내리던 순간, ‘에펠탑’이라는 이름의 경주마가 관중의 심장을 두드리듯 트랙 위를 질주했다. 약 500kg의 위용을 자랑하는 이 말은 처음부터 남달랐다. 에펠탑은 단순한 경주의 주인공을 넘어, 이름 그 자체에 담긴 특별한 규정과 사연으로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경주마의 이름은 결코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경주마는 생후 1년간 혈통을 따라 불리다, 이후 각자의 이름을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이름은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명등록규정’이라는 엄격한 문턱을 넘어야 주어진다. 이름에는 유명 인물이나 회사명, 광고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 또는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표현이 들어가선 안 된다. 이미 다른 말에 등록된 이름과도 확실히 달라야만 한다. 에펠탑 역시 이런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얻게 됐다.

특별한 이름만큼 실력도 남다르다. 데뷔 이후 에펠탑은 몸값의 24배에 달하는 상금을 쌓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2024년 4월 27일, 트랙 위의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에펠탑은 마지막 힘을 끌어올려 10경주를 질주했고, 승리의 결승선을 가장 먼저 밟았다. 이 우승으로 기수 이동하는 자신의 통산 200번째 영광을 함께 만끽했다.
경주마의 이름이 중계에서 호명될 때마다 “에펠탑이 선두로 올라섭니다”라는 멘트는 관람객들의 떨림과 몰입감을 더욱 키운다. 단 하나의 이름, 단 하나의 기록이, 경기의 흥분을 넘어 긴 여운과 특별한 감동으로 남는다. 에펠탑과 이동하의 위대한 결승선은 지금도 경마 팬들에게 뜨거운 기억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