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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땐 실업급여 8개월 만에 바닥”…감사원, 고용보험기금 적립·제도 전면 개선 촉구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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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기금 고갈 위기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놓고 감사원과 고용노동부가 충돌했다. 고용보험기금이 대규모 적자에 직면한 가운데, 실업급여 적립 방식과 정부 분담률 등 각종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감사원의 권고가 나오면서 정치권과 노동계, 재계 모두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13일 고용보험기금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경제위기 발생 시 실업급여 적립금이 8개월 만에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업급여 잔고는 3조5천억원이지만, 이미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차입금 7조7천억원을 제외하면 4조2천억원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감사원은 "차입금을 포함해도 경제위기 때 8개월 후에는 기금이 전부 소진된다"며 "법정 적립 기준은 2054년에 가서야 충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고는 코로나19 이후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하고 법적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기금 관리가 이어진 현실에서 제기됐다. 실제 고용보험법상 정부는 실업급여를 연간지출액의 1.5~2배 수준으로 적립해야 하지만, 200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를 달성한 적이 없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정치권과 정책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진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구직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근로자 소득과 비슷하거나 높아 제도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저출생 해소를 위해 마련된 모성보호급여 증가와 관련해, 정부의 재정 분담률이 지난해 기준 16%, 올해 13.7%에 그치고 있어 실업급여 계정의 적자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정부 분담률은 작년까지 30%, 올해부터는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며 "예측 가능한 독립 재원 조달로 모성보호급여를 실업급여 계정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율 자동조정 등 적립 규모 확대를 위한 장치 도입, 불황기 최대지출액 기준 적립 전환, 조기재취업수당·보험료 차등 부과기준 개선도 함께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정책적 여건과 사회적 합의 등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지나친 급여 축소와 행정적 분리를 우려하며 반발 기류를 보이는 반면, 재계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보험료 인상 최소화를 주문했다.

 

이번 감사원의 대대적 제도 개선 권고는 향후 정기국회 논의와 내년도 예산 및 법·제도 개편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각 상임위 심사를 통해 관련 제도와 정부 재정 분담 방식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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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고용보험기금#실업급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