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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가족 양구 원앙 부부, 선택적 경청과 티격태격→진짜 동행이 남긴 온기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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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가족 양구 원앙 부부, 선택적 경청과 티격태격→진짜 동행이 남긴 온기 여운”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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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에는 익숙한 온기와 수십 년의 농담이 담겨 있었다. KBS1 ‘사랑의 가족’은 양구의 원앙 부부 박제양, 정우열 씨가 촘촘히 쌓아올린 48년의 동행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진짜 무게와 따스함을 비춘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화가 때로는 거친 파도처럼 엇갈리지만, 함께 걷는 길의 끝에서 두 사람은 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 다른 지체장애를 안고 살아온 박제양, 정우열 씨는 매년 전통 매듭 전시회도 열고, 게이트볼장도 나란히 찾는다. 두 사람 모두 고된 몸을 이끌고 아침을 맞는 시간이 많지만, “둘이 함께다”라는 말 한마디에 드러나는 남다른 결의와 애정은 시청자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선택적 경청 남편에 폭발…”사랑의 가족" 양구 원앙 부부, 동행의 기술→함께라 더 다정한 하루" / KBS
“선택적 경청 남편에 폭발…”사랑의 가족" 양구 원앙 부부, 동행의 기술→함께라 더 다정한 하루" / KBS

그러나 찰떡 궁합처럼 보이는 이 부부에게도 갈등의 골은 존재했다. 박제양 씨는 보청기를 귀에 꽂은 채 아내의 속삭임에는 언제든 귀를 열지만, 귀찮은 심부름이나 설거지 부탁에는 어느 순간 귀를 닫는 듯했다. “밥 먹으라 할 때는 조용해도 귀가 열리는데 설거지하라는 말은 잘 안 들린다”는 아내의 투정 뒤에는 ‘운전이 없으면 먼 길이 어렵다’는 현실이 숨어있었고, 한 번 토라져도 금세 웃음을 주고받는 두 사람에게서 가족만의 독특한 거리감과 유대가 드러난다.

 

특히 전통 매듭 전시회를 앞두고 “읍내까지 태워달라”는 아내의 부탁과, 이를 거절하는 남편의 모습은 거칠고 위태로운 부부의 일상이 아니라, 서로의 허점을 빼놓지 않고 기억하는 애틋함 그 자체였다. 단순한 감정의 부딪힘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해 ‘함께’에서 출발하려는 두 사람의 연습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편 이날 ‘끝까지 간다’ 코너에서는 장애인 보조견 관련 법령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현장의 벽을 조명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감염관리와 위생에 관한 정당한 사유 외에는 장애인 보조견 동반 출입이 법적으로 제한을 받지 않도록 유지되고 있지만, 시각·청각·지체장애인 보조견 모두가 사회 곳곳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남아 있다는 내용을 다뤄 의미를 더했다.

 

법의 변화와 인식의 괴리, 그리고 그 틈에서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하루가 이번 ‘사랑의 가족’에서 더욱 강조됐다. 서로의 결이 완전히 맞지 않아도, 작은 농담으로 틈을 메우는 부부처럼 사회 역시 반복되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이해와 공감에 다가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시청자 마음을 적셨다.

 

KBS1 ‘사랑의 가족’은 오는 6월 12일 수요일 아침 9시 33분, 양구 부부의 다정함과 장애인 가족의 현실, 그리고 법과 일상의 간극을 연결하며 가족과 동행의 의미를 다시 전할 예정이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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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가족#박제양#정우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