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아래 합천”…역사와 자연 사이서 찾는 한여름의 쉼표
요즘 무더위를 피해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누리려는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예전엔 고찰이나 유적지가 어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체험하고 배우는 의미 있는 여행지가 됐다.
합천의 맑은 여름 하늘 아래, 해인사부터 합천호까지 시원한 쉼을 찾아가는 풍경이 그렇다. 낮 기온이 34도에 이르는 오늘, 합천은 자외선도 미세먼지도 걱정 없는 날씨라 많은 이들이 아이 손을 이끌고 야외로 나섰다.

해인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이 대표명소다. 숲길을 따라 산사에 오르면 분주한 일상은 잠시 미뤄두고 깊은 고요함과 마주하게 된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그늘진 절집에 앉아있으면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대장경테마파크가 인기다. 천년을 이어온 대장경의 과학과 이야기를 만나는 전시공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영상관 등이 알차게 마련돼 있다. “역사 공부는 지루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가 직접 경전 조판 체험을 하며 흥미를 느껴 좋았다”는 부모의 후기도 많다. 이런 변화는 공간 구성이 학습과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엮어주기 때문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느꼈다.
날씨가 더운 이날엔 합천호 주변이나 황계폭포 근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 풍경도 자주 눈에 띈다. 고요하게 펼쳐진 합천호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일상 피로를 내려놓기도 하고, 계곡 밑에서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무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물이 닿는 순간 한여름의 열기가 사르르 사라졌다”는 여행자의 고백도 그만큼 진솔하다.
사진 촬영을 즐기는 이들은 황강과 함벽루가 어우러진 저녁 무렵의 노을 풍경을 명소로 꼽았다. SNS에는 해 질 무렵의 붉은 하늘을 배경 삼아 가족사진을 찍는 인증샷도 늘고 있다. “이런 풍경은 직접 눈에 담을 때 비로소 진짜 감동이 온다”고들 느꼈다.
지역 관광 전문가들은 “자연과 문화, 그리고 가족의 시간을 아우르는 여행지가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소박한 리셋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정리했다.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합천에서의 하루는 삶의 방향을 한 뼘 더 너그럽게 바꿔주고 있다. 진짜 여름은, 마음이 시원해지는 곳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