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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룰까지 바꾼다”…여야, 필리버스터·법사위 놓고 국회법 개정 격돌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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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영의 ‘게임의 룰’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국회법 개정안을 무더기로 추진하며 상대당의 의사활동 공간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격화되는 양상이다. 성장하는 개혁입법 드라이브와 맞서려는 양측의 전략적 셈법이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다.

 

7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세 차례 반복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결과 관련해 제도 전반에 수술을 가할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놓고 정작 본회의장을 비우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필리버스터 신청 당의 출석을 일정 수준 강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추석 연휴 이후 원내지도부 대표 발의 형태로 공식화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필리버스터 종결동의 표결 방식을 현행 무기명투표에서 전자투표로 변경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24시간 필리버스터 이후 실시하는 강제 종결 표결을 전자투표로 신속히 치루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국회 운영의 룰 개편에 적극적 공세로 맞선다. 박준태 의원은 이른바 ‘추미애 법사위 방지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선임을 교섭단체 대표 의원의 통보만으로 가능하게 해 상임위에서 안건 상정과 의결 등의 절차를 생략하도록 한다. 박 의원은 "법사위에서 다수당 위원장이 야당 간사 선임안을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등 운영의 공정성과 합리성이 훼손된다"며 취지를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도 교섭단체 추천을 근거로 간사를 자동 선임하는 유사 법안을 냈다.

 

여당계 무소속 최혁진 의원 역시 ‘나경원 방지법’ 명칭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최근 법사위에서 불거진 의원 간 언쟁과 의사진행 방해 논란을 언급하며 "질서유지 조항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실효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특별검사가 국회 내 보고·출석 의무를 지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찰 인사들을 법사위에 자주 소환하는 것과 달리,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쟁점 특검들은 오히려 국회 출석 근거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여야가 국회법 개정의 칼끝을 서로 겨누는 배경에는 상대의 입법 저지 전략을 봉쇄하려는 셈법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남용을, 국민의힘은 간사 선임 논란과 특검 통제를 막으려는 의도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시민 사회와 전문가들도 "국회 운영 룰 손질이 충돌의 연장선상에서만 이뤄져선 소모적 정쟁을 반복할 우려가 크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이날 국회는 필리버스터, 위원회 구성, 특검 통제 등 핵심 운용 규칙을 둘러싼 법 개정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조짐이다. 여야 진영 모두 입장차를 한 치도 좁히지 않으면서 향후 회기에서 ‘정치적 룰 전쟁’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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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회법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