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트러스트로 AI 관제 강화”…LG유플러스, 정보보호에 7000억 투입
LG유플러스가 2029년까지 정보보호 분야에 약 7000억원을 투자해 통신 보안 체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이 같은 계획은 올해만도 1200~13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예고와 함께, 최근 통신업계에서 해킹·보이스피싱 등 정보보안 위협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발표란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전략이 국내 통신사 보안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회사 측은 29일, 전사 정보보호 전략 간담회를 통해 고객 체감 중심의 '보안퍼스트' 전략을 공식화했다. 여기에는 CEO 직속 정보보안센터 중심의 조직 체계 강화, 대규모 인력 확충, 인공지능(AI) 관제 시스템 고도화 등 세부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LG유플러스는 2023년 전담 인력을 전년 대비 86% 늘려 292.9명을 확보했다. 올해 정보보호 투자 역시 전년(828억원) 대비 30% 이상 확대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정보보안 전략의 핵심은 2027년까지 단계별로 구축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모델이다. 이 모델은 기업 내부·외부를 막론하고 모든 접속과 행위를 신뢰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검증·통제하는 차세대 보안 아키텍처다. 기존 보안 시스템은 특정 구간·계층에서 위험요소만 감시하는 것과 달리, 공격 표면 전체에 대해 AI 기반 비정상 행위 탐지와 자동 차단 기능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이로써 해킹뿐 아니라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사이버 범죄 대응에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시장성과 측면에서, LG유플러스는 고객 보호 기능을 대폭 확대한다. 예를 들어 AI 통화 에이전트(익시오)와 악성 앱 감지 시스템을 적용해, 지난해 11월 이후 월평균 2000여건의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사전 탐지했다. 스팸 및 악성 URL 차단 건수도 5개월 만에 1.4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긴급 상황용 알림톡 등 실시간 대응 솔루션도 도입해, 지난 한달간 3000명의 고객에게 감염 사실을 신속히 전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역대 최장기간 블랙박스 모의 해킹을 실시해, 외부 화이트해커에 모든 서비스 해킹을 의뢰함으로써 취약점 사전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자체 점검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보안 기업 수준의 예방 프로세스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지난해 SK텔레콤 해킹 사례 이후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정보보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도 제로 트러스트 도입과 AI 관제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운영성과·고객 경험 측면에서는 아직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단계로 보인다.
정책 및 규제 환경과 관련해, LG유플러스는 정보보호공시체계(KISA) 기준 인력·투자 확대와 함께, 서비스별 개인정보 보호 및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점검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공공기관 등과의 민관협력 체계 구축을 제안하며, 통신업계 전체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언급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 인프라의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상시적 보안 위협 대응과 개인정보 보호 강화가 곧 사업 신뢰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다고 지적한다. 한 정보보호 연구자는 “제로 트러스트의 본격 상용화가 이동통신 산업에서 플랫폼 신뢰도를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LG유플러스의 전략이 보안 체계가 실제 시장 신뢰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