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HEV 수출 관세 변수”…美 하이브리드 시장 재편→경쟁구도 긴장
미국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정책 변화와 공급망 차질이 부각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차(HEV)를 수출 전략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기차(EV) 세액공제 혜택 종료가 임박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합작공장 완공 지연이라는 이중 악재가 겹쳐지면서, 현대차·기아는 수익성 방어를 위한 복잡한 과제에 직면했다.
2025년 9월14일 업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거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9월 말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미 현지 전기차 생산이 지연되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HEV 모델로 시장 흐름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지만, HEV의 현지 생산 비중이 낮아 수출 시 높은 관세 부담에 노출된다. 실제로 올해 1~7월 동안 현대차·기아는 미국에 16만1,975대의 HEV를 수출, EV의 19배 규모를 기록했으나, 미국 내 판매량 역시 전체 HEV 물량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관세 다변화와 일본의 약진이다. 일본 주요 브랜드는 미국과의 관세 인하 절차를 한국보다 선제적으로 추진하며, 도요타와 혼다가 미국 HEV 시장 점유율 1, 2위를 석권했다. 반면 한국산 HEV는 미국 내 현지조립 확대가 더딘 데다,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한 한미간 합의도 행정절차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만약 현대차·기아가 25% 관세를 고스란히 판매가에 반영할 경우,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북미 시장 전략의 일환으로 HEV 판매 확대와 일본계 업체와의 기술·서비스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관세 리스크와 가격 역전 우려가 시장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분석기관 워즈 인텔리전스는 미국 HEV 시장에서 한국차의 점유율 회복을 위해,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정책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은 미·일·한 3국 간 관세 및 기술 경쟁 구도가 당분간 미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