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부동산 전반으로 확장하겠다" 조국, 조봉암 묘역 참배로 개혁 노선 부각
정치적 유산을 둘러싼 계승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진보 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는 죽산 조봉암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 대표로 선출된 지 사흘 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토지개혁과 사회보장 철학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향후 진보 진영 내 이념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조국 대표는 27일 서울 중랑구 망우역사공원을 찾아 죽산 조봉암 선생 묘역을 참배했다. 조 대표는 지난 24일 전당대회에서 조국혁신당 첫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공식 일정으로 조봉암 묘역부터 찾으며, 정당 노선의 역사적 뿌리를 분명히 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조국 대표는 참배 후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승만 정권 시기 추진된 농지개혁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죽산은 이승만 정부에서 친일 지주 세력의 완강한 반대를 뚫고 농지개혁 단행했다"며 "땅을 특권층의 불로소득 자원이 아니라 국민 다수인 농민의 목숨과 같은 생산수단으로 바꾼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보수적 토지 소유 구조를 뒤흔든 농지개혁을 오늘날의 불평등 구조와 연결한 해석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조국 대표는 향후 조국혁신당 정책 노선을 토지공개념 강화에 맞추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혁신당은 토지개혁을 토지공개념으로 이어받겠다"며 "(토지공개념을) 부동산 정책 전반으로 확장해 주거권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토지·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 전체에 공공성 원칙을 적용해 무주택자와 청년 세대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조국 대표는 조봉암의 사회정책 구상도 자신들의 정치 노선과 직접 연결했다. 그는 "죽산은 국민 의료보장, 무상교육, 사회보장제 실시 등을 통해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주창했다. 이는 혁신당의 '사회권 선진국' 구상의 뿌리"라며 "혁신당은 죽산의 길을 잇겠다"고 말했다. 보편적 의료·교육·복지 강화, 소득 재분배 등을 핵심 축으로 한 복지국가 모델을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으로 명시한 셈이다.
조국혁신당에 따르면 조봉암 선생 묘역을 정당 대표 자격으로 참배한 것은 조국 대표가 처음이다. 기존 정당 지도부가 주로 3·1운동, 독립운동, 산업화·민주화 관련 인물의 묘역을 찾았던 관행과 달리,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치인의 상징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린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국 대표의 행보를 두고 향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이념적 차별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된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자산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이 큰 만큼, 토지공개념과 사회권 강화를 내세운 조국혁신당의 메시지가 어느 정도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국회와 주요 정당은 조국혁신당의 부상과 조국 대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주거권, 의료, 교육, 사회보장 등 생활 밀착 의제를 둘러싼 정책 경쟁이 심화되면 기존 여야의 공약 조정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은 향후 정기국회와 내년 선거 국면에서 토지공개념과 사회권 강화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