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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도도 모자라 36도까지”…청주, 무더위 일상에 짙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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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도도 모자라 36도까지”…청주, 무더위 일상에 짙은 한숨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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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주를 사는 이들은 계절의 경계가 무색하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꺼낸다. 한낮엔 아스팔트가 달궈지고, 밤에도 집안 습기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예전엔 이 무더위가 며칠 걸러 찾아오는 일이었지만, 올해 여름은 폭염이 예고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24일 낮, 청주 기온은 34도를 가리켰다. 대로변 버스 정류장엔 선풍기와 부채를 함께 든 시민들이 맥없이 앉아 있었다. 오후가 돼도 체감 온도는 떨어지지 않았고, “올해는 에어컨이 고장나면 잠을 못 잘 것 같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SNS에는 ‘냉방 텐트 후기’ ‘밤에도 문을 열기가 망설여진다’는 후기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쌓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5일부터 27일까지 최고 36도에 이르는 폭염이 예고된 데다 자외선 강도마저 높아지고 있다. 청주시는 주중 내내 ‘폭염경보’ 문자 안내를 반복하는 중이다. 28일에는 날씨가 다소 누그러지지만, 일부 동네엔 소나기 예보가 있어 혹시 모를 피해 우려가 남는다. 29일부터는 흐림과 비 소식이 이어지며, 장마 특유의 무거운 습기가 뒤따를 조짐이다.

 

기상 전문가는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습도와 열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뜨거운 낮이 끝나고 나면 비로 인한 불쾌감이 이어질 때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외출 시 자외선 차단, 충분한 수분 섭취와 온열질환 예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체감으론 마치 남부 해안 도시 같다”, “밤새 선풍기를 켜도 땀이 식질 않는다”, “장마 오기 전에 뭐라도 먹고 체력을 비축해야겠다”는 호소가 줄을 잇는다. 불쾌지수가 높아진 만큼 예민해지는 마음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청주 사람들은 지금, 온몸으로 찜통 더위와 싸우고 있다. 누군가는 “이제 더위가 아니라 삶의 배경이 됐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어릴 적 기억하던 여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작고 사소한 계절의 변화지만, 우리의 일상 감각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폭염을 견디는 시간도 일상의 풍경 속에 하나의 리듬이 돼가는 중인지 모른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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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폭염#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