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언더파 집중력”…한진선, 하이원 마스터피스 재현→2위 서사 쓰나
잿빛 안개 너머, 그린 위 작은 구멍만 노려보던 한진선의 시선에는 어느 때보다 단단함이 감돌았다.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첫날, 5언더파 67타를 몰아친 한진선은 객석의 숨마저 가라앉게 했다. 남다른 집중력으로 6개의 버디 퍼트를 연달아 성공시킨 그의 하루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하이원의 여왕’으로 불리기 충분한 인상을 남겼다.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1라운드는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한진선은 안정된 티샷과 강점인 쇼트 아이언, 흔들림 없는 퍼팅으로 6개의 버디를 적중시켰다. 특히 6m, 12m에 이르는 중장거리 버디가 연이어 성공하며, 경기 분위기를 단숨에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9번 홀과 18번 홀의 긴 퍼트는 하이원을 홈그라운드로 삼아온 이유를 되묻는 명장면이었다.

한진선은 라운드 후 “이곳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다 보니 이름을 ‘한정선’으로 바꾸라는 얘기도 듣는다”고 농담 섞인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난해 3연패 좌절을 오히려 계기로 삼았고, 장타보다 안정적 아이언과 퍼트가 강점이다. 오늘은 그린 위에서 중거리 퍼트 감이 살아났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이번 우승 도전이 결코 부담감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한진선 특유의 여유 또한 묻어났다.
이날 단독 선두는 조혜림이 차지했다. 조혜림은 보기 없이 버디 6개, 총 28퍼트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공동 2위는 홍정민과 한진선이 나란히 1타 차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4승에 도전하는 이예원은 1오버파, 디펜딩 챔피언 고지우는 1언더파로 중위권에서 추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첫 승의 기쁨을 안았던 박혜준은 3오버파로 다소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2라운드는 11일 열린다. 다시 한 번 ‘하이원 마스터피스’ 탄생을 꿈꾸는 한진선, 그리고 조혜림, 홍정민, 이소영 등 경쟁자들의 치열한 레이스가 예고된다. 그날의 그린 위엔, 한진선의 퍼트가 전하는 단단한 집중력과 갤러리의 조용한 염원이 다시 진하게 흐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