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고교에서도 시험지 절도 시도”…재학생 자퇴·학교 은폐 논란 파장
경북 울진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교무실에 침입해 시험지 절도를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시험지 관리 부실과 사건 은폐 정황, 내부에서 시작된 공론화가 얽히며 교육 행정 투명성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과 울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오전 1시께 울진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인 A군이 학교 교무실에 무단 침입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그의 모습이 포착됐으며, 사설 경비 시스템이 울려 A군은 곧장 달아났다. 학교는 범행 발생 하루 뒤인 24일 오후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3일 만에 신원을 특정해 붙잡았고, A군은 "시험지를 훔치려 했으나 실제로 가져가지 못했다"고 자백했다. 시험지 유출은 이뤄지지 않아 경찰은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했으며, A군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학교는 해당 시험지를 모두 폐기한 뒤, 문제를 다시 출제해 중간고사를 진행했다.
사건 발생 이후 학교와 경북도교육청의 대응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고등학교는 교내 학업 평가라는 이유로 도교육청에 별도 보고를 하지 않았고, ‘학업성적관리위원회’만 자체 개최했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뒤늦게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학생 처리 과정에서도 발생했다. 당사자인 A군은 퇴학이 아닌 자퇴로 처리됐고, 이에 따라 다른 학생들의 내신 성적 반영에도 영향이 있었다. 본교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00고등학교 3학년 학생 일동’은 "기초학력평가도 통과 못하던 학생이 갑자기 전교 1등, 전 과목 올백을 받기 시작했다"며 학교와 교사들을 비판하는 글을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과 소셜미디어에 배포했다. 해당 글에서는 "풀이 없는 시험 답안지, 선생님과 교장에게 수차례 문제를 제기해도 계속 미온적 대처만 있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경북도교육청은 “2학년 때 일부 성적이 올랐지만, 모든 과목에서 우수하지 않았다”며 "안동과 달리 범행이 지속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시험지 관리와 기관 보고 체계 미흡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18일 해당 학교를 직접 방문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최근 안동 지역에서는 교사가 교무실에서 시험지를 유출해 파장이 커지고 있어 경북 내 유사 사건 확산 우려도 제기된다. 안동 시험지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이날 오후 교사를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날 울진에서는 시험지 절도 시도가 학생들 내부 공론화로 드러난 만큼, 향후 교육 현장 내 평가관리 체계 개선과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현장 조사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