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직무유기 의혹 정면조사”…오동운 공수처장, 해병특검 피의자 소환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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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 의혹을 둘러싸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해병대 순직특검이 맞붙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해병대 채상병 사건 관련 직무유기 혐의로 1일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지연 의혹이 본격적으로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정치권의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4분, 오동운 처장은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정상적인 수사 활동 과정의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대검 통보를 1년 동안 미룬 이유가 무엇인지', '사전에 무죄로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조사받으면서 자세히 얘기하겠다"고만 답하며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오동운 처장은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채상병 사건 관련 국회 위증 혐의로 고발됐으나, 대검찰청 통보와 수사절차를 약 1년 늦췄다는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법 규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관련 자료와 함께 곧바로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2023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과 이종호 전 블랙벌인베스트 대표 연루관계를 알지 못했다"고 증언해 더불어민주당의 고발 대상으로 지목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송 전 부장검사가 채상병 사건 수사상황을 보고 받고도 위증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공수처 법사위 고발장이 접수된 직후, 송 전 부장검사가 이미 무죄 취지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보고서는 박석일 전 공수처 부장검사 명의로 오동운 처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오 처장이 송 전 부장검사를 감싸고자 대검 통보를 늦췄는지, 혹은 사건 수사 개시 이전부터 이미 무죄 결론이 내려졌던 구조적 문제는 없었는지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종호 전 블랙벌인베스트 대표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을 만난 적도 구명로비를 시도한 적도 없다"며 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두 사람이 술자리에서 접촉했다는 참고인 진술에 대해서도 "허위진술임이 밝혀질 것"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순직 사건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앞서 박성웅씨 등 여러 참고인들로부터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 간 친분관계 진술도 확보됐다. 아울러 특검팀은 8월 이 전 대표가 측근과 한강변에서 휴대전화를 파손하려 했다는 혐의로 입건 조치해 수사를 확대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 시기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직접 관리한 인물로,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김건희 특검팀 수사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날 특검 사무실에서는 박석일 전 부장검사, 이재승 공수처 차장, 송창진 전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도 병행되는 등 수사망이 핵심 인물들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검과 공수처, 여야의 책임공방이 국회 논쟁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압박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오동운 처장 수사과정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했다.

 

해병특검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정치권 논란과 여론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향후 오동운 처장 추가 조사와 송창진 전 부장검사 기소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법적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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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이종호#채상병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