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이 판단해달라"…김건희 오빠 김진우, 구속심사서 카드·문건 폐기 시인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김건희 여사 오빠 김진우씨가 법원에서 정면 충돌했다. 김씨 구속 여부를 가를 영장심사는 2시간 40분 동안 이어졌고, 결과는 이르면 19일 늦은 오후 나올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10분부터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해 낮 12시 50분께 심리를 끝냈다. 특검팀은 14일 김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특검팀은 심사에서 김씨가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개발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건희 여사가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받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김씨가 대신 맡아두며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전한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당선 축하 카드와 이른바 경찰 인사 문건 등 일부 증거물을 김씨가 폐기한 정황도 심사 과정에서 집중 거론됐다. 이날 심사에는 문홍주·박노수·김경호 특별검사가 참여해 영장 필요성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김씨 측은 공흥지구 개발 관련 사업 서류가 허위가 아니고, 사업 규모에 비춰볼 때 산정된 개발부담금이 적지 않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우환 화백의 그림도 잠시 보관했을 뿐 증거인멸 목적은 없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씨는 모친 최은순씨의 요양원에서 발견된 이배용 전 위원장의 당선 축하 편지와 관련해 자신의 행위를 인정했다. 그는 편지를 자신이 찢었다고 시인하면서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발견된 경찰 인사 관련 문건에 대해서도 "문제가 될 것 같아 없애버렸다"고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가족관계로 인한 선입견을 거듭 경계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김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저의 관계 때문에 편견을 갖지 말고 사안을 정확히 판단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 내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온 태도를 재확인한 셈이다.

김씨는 모친 최은순씨와 함께 시행사 ESI&D 경영을 맡으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양평군 공흥지구에서 350세대 규모 아파트를 건설해 800억원 상당 매출을 올리고도 허위 서류를 꾸며 개발부담금을 축소·회피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 국고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최은순씨에 대해서는 김씨와 모자 관계인 점과 구체적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씨는 최근 특검팀에 알츠하이머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자는 앞서 4일과 11일 두 차례 함께 소환돼 각각 약 12시간씩 조사를 받았고, 혐의 전반에 대해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는 사업 관련 주변 인물로 계속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검팀은 ESI&D의 개발부담금 면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동업자 김충식씨를 지난달 3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사업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국회의원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오는 26일 소환 일정을 통보한 상태다.

법원이 이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수사 향배와 정치적 파장은 크게 갈릴 전망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고, 기각될 경우 특검 수사 방식과 혐의 인정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에서 관련 의혹과 특검 수사를 놓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특검팀은 영장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관련자 추가 소환과 보강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