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과 숲을 걷는다”…거창에서 만나는 한여름의 작은 피서
여름이면 눅눅해지는 기분, 떠날 곳이 필요해진다. 요즘 거창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오래전엔 자연휴양림이나 계곡이 그저 더운 날 피서지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숲을 걷고 물소리를 듣는 시간이 중요한 여름 일상의 일부가 됐다.
거창군의 24일 오후, 구름 낀 무더운 날씨 속에서 낮 기온이 33도를 훌쩍 넘었다. 이럴 땐 맑은 계곡이나 울창한 산길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SNS에는 월성계곡 사진을 올리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를 고백하는 여행자들도 많다. 수승대 역시 가족, 연인 단위 피서객들이 그늘 아래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미세먼지와 자외선이 ‘보통’인 날이 늘어나며 야외활동을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항노화힐링랜드에서는 편백숲이 만든 상쾌함을 맛볼 수 있어, 건강을 챙기러 오는 중장년부터 아이와 함께 걷는 가족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이 발견된다. 거창창포원은 물정원과 수생식물, 포토스팟이 가득해 주말마다 작은 인파가 몰린다.
여름 피서 트렌드에 대해 현지 체험 관광 가이드 정은경 씨는 “물놀이와 산책뿐 아니라, 심신을 쉬게 하는 시간이 필요한 시대”라고 표현했다. “숲에서 숨을 고르고, 계곡물에 발 담그는 그 순간이, 더운날 최고의 사치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만 봐도 선선해진다”, “서울엔 없는 풍경, 올해 꼭 가고 싶다”는 공감 글이 이어진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계곡물에 발 담그고 하늘 보며 쉬는 게 행복”이라고 고백한다.
이런 자연 속 일탈은 잠시지만, 도심 속 무거웠던 마음에 바람 한 줄기를 남긴다. 한여름 거창에서 만나는 시원한 계곡, 그늘진 산책로에서의 하루는 몸과 마음의 숨통을 틔워주는 소중한 선택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