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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경기 신뢰의 기록”…전영아, KOVO 심판위원장 선임→여성 리더십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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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경기 신뢰의 기록”…전영아, KOVO 심판위원장 선임→여성 리더십 기대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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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미소와 단호한 판정, 두 가지 무게가 공존하는 전영아의 눈빛 너머에는 긴 시간 현장의 바람과 채찍이 깃들어 있었다. 프로무대 첫 해부터 꾸준히 코트에 선 유일한 여성 심판으로서, 그녀가 보여준 결기는 배구 팬들 사이에서도 한결같은 신뢰를 받아왔다. 이제 전영아가 심판진 전체를 이끄는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배구계는 차분한 기대감에 물들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4일 이사회에서 전영아 심판을 새로운 심판위원장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프로배구 원년부터 20년 넘게 유일한 여성 심판으로 살아온 그는, 심판진의 수장으로 연맹 전체 운영을 책임지는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됐다.

“여성심판 선구자”…전영아, 배구연맹 심판위원장 선임→책임감 강조 / 연합뉴스
“여성심판 선구자”…전영아, 배구연맹 심판위원장 선임→책임감 강조 / 연합뉴스

여성 심판의 KOVO 심판위원장 등극은 지난해 강주희에 이어 두 번째다. 전영아 신임 위원장은 경복여상 세터에서 후지필름과 한일합섬의 주요 전력을 거친 뒤, 청소년 국가대표까지 오르며 선수로도 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1995년 경기지도학 전공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곧바로 심판으로 변신해 아마추어부터 프로리그 1기 심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로 데뷔 후 첫 주심으로 잡았던 KT&G와 흥국생명 경기부터, 20시즌 동안 주·부심으로만 919경기를 소화했다. 선심으로도 83경기를 채웠고, 여성 심판 최초로 500경기 출장 및 남자부 주심을 맡은 경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2013-2014시즌에는 V리그 최우수 심판상도 수상하며, 명확한 판정과 공정성으로 인정받았다.

 

국내만이 아닌 세계 코트에서도 전영아의 목소리는 묵직했다. 2012년 국제배구연맹(FIVB) 자격을 획득한 뒤, 국제대회 주심을 거쳐 곧 세르비아에서 펼쳐지는 FIVB 19세 이하 대회에 심판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현장의 경험치에 국제 전문성까지 더해진 셈이다.

 

전영아 신임 심판위원장은 “연맹 전체 심판진을 이끈다는 책임감이 크다. 무엇보다 심판진 발전과 소통의 리더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또 “명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위해 동료 심판들과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국제 대회 일정으로 심판 아카데미 개최도 8월 중 준비된다. 팬들과 동료 심판들은 오랜 경험과 꾸준한 소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함께 성장하는 무대 위에서, 배구 심판진의 변화가 어떻게 스며들지 지켜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한편, 배구의 묵음 속에서 심판의 손짓과 몸짓은 관중의 시선을 넘어 때로는 선수들의 표정에 작은 울림을 남긴다. 전영아 심판위원장이 이끄는 변화의 물결은 2025년 여름, 다가올 시즌의 새로운 의미로 번져나갈 전망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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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아#배구연맹#kovo